[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다시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재용 부회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이 부회장에 대한 이날 조사는 지난 26일 이후 사흘 만이다.
검찰은 이날도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계속해서 확인할 방침이다. 첫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장시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26일 검찰에 출석했으며, 조서 열람을 포함해 약 17시간 동안 조사받고 귀가했다. 당시 조사에서 이 부회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전 삼성물산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합병 전 제일모직 최대주주면서도 삼성물산 주식은 보유하지 않았던 이 부회장에게는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에 대한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의 비율이 낮게 산정될수록 유리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0.35의 합병비율로 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당시 체결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아 삼성바이오는 고평가됐고, 이에 따라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가치도 부풀려졌다. 반대로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는 저평가됐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 덕분에 합병 삼성물산 지분을 늘릴 수 있었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다른 계열사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확대됐다.
합병 작업이 완료된 후 삼성물산 회계에 삼성바이오 가치를 반영하면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부채로 자본잠식에 처하게 될 상황이 됐고, 이에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면서 인위적으로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를 29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부풀렸다.
검찰은 이달 들어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정몽진 KCC 회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를 연이어 조사하는 등 이번 수사에 속도를 냈다. 삼성바이오의 상장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부회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중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