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로 세계 자동차 경기가 침체했음에도 전기자동차 배터리사들의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위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유가증권시장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에도 최근 삼성SDI와 LG화학 주가는 오름세를 타고 있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 중 배터리 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삼성SDI가 활약 중인데 지난달 말 39만원 선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SDI 주가가 20만원 초·중반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최대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LG화학도 지난 3월 주가가 급락한 뒤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LG화학은 30만원 초·중반대 주가를 유지했는데 지난달 중순 이후 30만원 후반대를 유지하며 40만원대도 넘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지난해 주가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5월 중순 이후 주가가 다시 오르며 회복세는 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산업에 부는 친환경 바람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기차 배터리사들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올해 초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2020 경자년 신년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감소함에도 전기차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사들이 주요 시장으로 삼는 유럽도 자동차 판매량은 줄었지만 전기차는 늘었다. 유럽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세일즈에 따르면 올해 1~4월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40% 늘어난 26만982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6.3% 줄었다.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차 포트폴리오 강화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은 코로나19에도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수 규모는 20억유로(한화 약 2조7000억원)다. 프랑스 르노그룹도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줄인 비용 약 20억유로를 전기차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자체 생산도 늘린다. 벤츠는 2030년까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을 현재의 50%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코로나19로 해외 판매량이 줄고 있지만 6년간 전기차 부문에 1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여기에 각국 정부까지 나서면서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몸값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 산업에 8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했고 유럽연합(EU)은 최근 그린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부문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도 친환경 추세에 발맞춰 '한국판 그린 뉴딜'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는 이날 전기화물차 분야에 990억원, 전기이륜차에 115억원을 투자해 관련 시장을 올해의 2배 이상으로 키운다고 발표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