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유럽연합 회원국의 재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EU의 27개 회원국의 재무장관들은 현지시간으로 8일 룩셈부르크에서 정례 경제·재무이사회(ECOFIN)를 가졌는데요. 회의가 끝난 후 이사회는 회원국들이 예산안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미리 제출한 후 다른 회원국들의 평가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위반하는 회원국에 대해서는 재정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재정적 제재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각국 재무장관들은 대체로 선을 명확히 긋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번 이사회를 주재한 헤르만 반 롬푸이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회원국들은 매년 초 다음해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에 따라 유럽 각국의 예산안이 확정되기 전에 조정 과정을 거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각국 간 입장차가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라가르드는 "이것은 프랑스 정부 예산안이 프랑스 의회보다 앞서 유럽연합 위원회(EC)에 제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마크 호반 영국 재무부 비서관 역시 이번 논의가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는 "예산은 의회에 먼저 제출될 것"이라며 "총리가 일단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면, 당연히 일반에게도 공개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각국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리는 상황 속에서도 반 롬푸이 상임의장은 진보적인 절차들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그는 유로 통계 기관인 유로스타트에 제출한 회원국의 자료를 감사하는 권한을 주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남유럽 재정적자 위기의 원인이 된 그리스의 재정적자 분식 회계 등 회원국의 통계 조작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모색하는 중에 이같은 안이 나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유로스타트는 각국 정부들이 보고하는 통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정도의 제한적인 권한을 갖고 있으며, 관련 보고서와 기록들을 파헤칠 권리는 없습니다.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유럽의회가 이런 안들을 승인할 경우 유로스타트는 필요한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로스타트는 특히 국내총생산과 재정적자, 정부부채 등의 통계자료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005년 등 과거에도 이런 제안이 나왔지만,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그리스 위기는 통계 오류에서 비롯됐고, 이에 따라 통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습니다.
유럽의회 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일단 이번 회의에서 유럽 재무장관들은 은행세 부과에 대해서도 대체로 합의하는 등 유럽 경제를 향해 진일보한 걸음을 내딛은 것으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