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앞으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 침해 사건으로 정부 조사를 받는 경우 소송을 제기해도 이를 무력화할 수 없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기술 침해행위 조사 및 시정권고·공표 운영규정' 일부 개정안을 최근 행정 예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조사중지에 대한 재량부여 및 요건 명확화’와 관련해 조사중지 요건 충족시 중지 결정을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는 중기부 장관이 일시적 폐업이나 영업 중단, 도피, 외국인 사업자 대상 등 조사를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조사를 중지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조사를 중지한다’는 문구가 ‘조사를 중지할 수 있다’로 수정돼 중기부 조사 공무원의 재량의 폭이 넓어졌다.
조사 중지 사유와 관련해서는 ‘조사 당사자 간의 소송 제기’ 문구가 ‘조사 절차 개시 후 신고인의 소송 제기로’ 변경됐다. 이는 대기업이 소송을 악용해 중소기업 기술 침해 조사를 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 중지 사유에는 ‘과태료 부과 후 피신고인의 조사거부’도 추가됐다. 이는 앞서 중기부가 기술침해 조사를 거부한 대웅제약에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중소기업 메디톡스는 작년 3월 자사 전 직원이 반출한 보톡스 제품의 원료와 제조기술 자료를 대웅제약이 불법 취득해 사용 중이라고 중기부에 신고했다. 이후 중기부는 올해 대웅제약에 현장 조사를 요청했지만 대웅제약이 이를 거부,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중기부는 대웅제약이 과태료를 거부할 경우 3차례까지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대웅제약이 이를 또 거부하면 중기부가 각 거부 사례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조사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더불어 이번 개정안에는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대리인으로 변호사 외에 특수관계인도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기업은 자체 법무팀이 있는 곳이 많지만 조사 내용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직원을 선임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가 있다. 중소기업도 비용 부담이 큰 변호사를 선임하기보다 사실 관계를 잘 아는 사내 직원이나 퇴직 직원을 쓰는 경우가 많다.
중기부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과태료 부과 없이 조사 거부 행위 전에 조사 중지 가능성을 검토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면서 “내용에 큰 변화는 없고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한 것”이라고 이번 개정안을 설명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과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혁신성장전략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