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에 대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논란이 계속된다. 미국도 재무부가 출자 및 보증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대출하는 긴급대출기구를 운영하면서 신용위험 우려를 낳고 있다. 두 항공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미 각각 경영권 분쟁과 재무부실 위험을 앓았는데 실질적으로 경영진이 지는 책임 없이 공적자금만 투입하면 도덕적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기금 첫째 수혜 기업이 될 전망인 가운데 아시아나항공도 HDC현대산업개발과 얽힌 인수합병(M&A) 문제만 풀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인수합병 결론이 먼저”라면서도 가능성을 부인하진 않았다. “인수합병 완료 후 기금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중간단계에 들어가기는 애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이 투입되면 정부가 일정 부분 지분을 갖게 되지만 대한항공 경영권이 바뀔 정도는 아니다. 아시아나항공도 인수합병이 무산되면 국유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출자전환이나 매각에 따른 이득은 금호그룹에게 돌아간다.
거꾸로 이들을 지원하게 될 산업은행 등은 산업 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면 기금 운용손실을 보게 된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고용 유지 조건으로 산업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법이다. 지원금 일부는 주식 등으로 정부에 제공된다. 이후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국고로 환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손실이 된다.
코로나 이전에도 항공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경영난이 심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될 확률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전날 재유행 우려에 뉴욕증시가 폭락했다. 항공업은 특히 각국의 코로나19 감염증 우려가 종식되지 않으면 여행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비슷한 방식의 미국 사례에 대해 금융권은 신용위험 문제를 짚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은 9개 긴급대출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연준이 직접대출하거나 재무부 출자를 받아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하고 대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쓴다. 그런데 대출한도가 없거나 재무부 출자금 대비 3~14.3배의 레버리지 비율로 설정돼 신용위험 우려가 제기된다.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이같은 미국 방식을 참고해 설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준은 재무부 보증, 소구권 대출, 운용기준 강화 등으로 신용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책을 세웠으나, 파월 의장조차 연준의 신용위험 관리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수요부진 등이 심화할 경우 지원대상 기업들의 파산 가능성이 확대될 것을 염려해서다.
센터는 긴급대출 프로그램이 “(기업들)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중앙은행 독립성을 저하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