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무력도발까지 예고하는 등 최근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를 중심으로 대북특사 파견 카드가 고개를 들고 있다. 대북 압박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법으로 대북특사가 현 경색 국면을 돌파할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북한이 군사행동 예고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북특사 파견을 비롯해 모든 카드를 검토하며 위기 증폭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 최고위원은 "김대중정부의 6·15 남북공동선언은 노무현정부의 10·4 선언, 문재인정부로 계승됐다"며 "최근 북한의 군사행동 예고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평화와 번영은 오직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4·27판문점선언 2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북문제에 정통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도 대북특사 파견을 제안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통신선이 다 단절됐기 때문에 전화도 못하고, 코로나 때문에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미국의 설득도 필요한데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판국"이라며 "외교 라인을 통해 방호복을 입고서라도 특사들이 만나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 전 의원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적행동 행사권을 총참모부에 넘겨주면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며 "정부에서도 차분하게 외교라인을 작동해 특사파견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야권에서도 대북특사 파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라인과 대북라인을 총동원해서 우리 측 평양특사 파견을 추진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야당에도 협조를 구하라. 저도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요청한다면 특사단의 일원으로 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에 대한민국에 대한 비난과 적대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비핵화조치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대한민국 국민과 모든 정치세력은 북한이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나온다면 따뜻하게 맞이하며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역임했던 윤상현 무소속 의원도 북한 문제에 정통한 보수야권 인사의 대북특사 임명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야권 인사가 대북특사로 적임인 이유로 대북정책에 대한 진영 간 갈등 완화, 일관된 대북정책 추진 기반 마련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보수야권 인사와 통로로 남북 합의에 이른다면 그 합의 이행에 대한 담보력을 이전의 다른 남북 합의보다 훨씬 배가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이 군사도발 카드까지 꺼낼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북특사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우리 정부는 지난해 4월 북미정상회담 전 대북사절단 파견을 추진했지만 북한이 회신하지 않아 무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워싱턴 특사 파견'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을 다시 (대화에) 나오게 만들려면 비무장지대를 건너서 평양으로 갈 것이 아니라 워싱턴으로 가야 된다"며 "미국의 실무자들의 법 해석, 유엔 규정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무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최소한 국무부 장관이나 상무부 장관, 재무부 장관 정도를 상대하려면 통일부 장관이 움직여야 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