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인하, 저신용자엔 먼 나라 얘기

저축은행 빅5 대출금리 하락세…저신용차주 금리는 오히려 인상도…신용평점별 차등으로 리스크 관리

입력 : 2020-06-15 오후 3:50:29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도 내려가고 있지만, 취약차주에겐 먼 나라 얘기에 불과하다. 고신용자와 금리 인하 폭이 상당부분 차이 나는 데다 일부 저축은행에선 오히려 저신용자의 금리가 오르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서울의 한 은행 외벽에 대출관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자산 기준 저축은행 빅5(SBI, OK,한국투자, 웰컴, 페퍼)의 5월 기준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의 평균값이 16.96%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17.30%) 대비 0.3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SBI, OK, 페퍼 등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일제히 내려갔다. SBI저축은행의 지난 5월 기준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16.79%로, 전월(17.69%)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OK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5월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각각 18.52%, 14.95%로 집계됐다. OK저축은행은 전월 대비 0.48%포인트, 페퍼저축은행은 1.0%포인트 내려갔다.
 
주요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이같이 하락한 데는 기준금리 인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하락 기조에선 자금조달 금리가 내려가기 때문에 저축은행 대출금리도 통상 내려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금리 하락세와 달리 일부 저축은행은 반대로 대출금리가 오른 곳도 나타났다. 한국투자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은 5월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전월보다 상승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5월 기준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15.81%로, 전월(15.48%)보다 0.33% 올랐다. 웰컴저축은행의 지난달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 역시 16.96%를 기록해, 전월(17.30%) 대비 0.34%포인트 증가했다.
 
각 등급별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가 하락하는데도, 이들 은행들의 전체 평균금리가 올라간 것은 차주 간 대출금리 편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전월 대비 5월 기준 1등급 신용자의 평균대출금리 하락폭이 0.81%포인트였지만, 8등급 신용자는 0.07%에 그치는 등 10배 넘게 인하폭이 차이가 났다. 특히 이들 저축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반대로 올라간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실화에 대한 리스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한 개인 등에 대해 신용대출 원금 상환 유예를 6개월~1년 동안 적용키로 했다. 저축은행도 이 같은 지원 정책을 적용함에 따라 취약차주의 부실률이 추후 확대될 수 있다. 이미 저축은행의 올해 3월 총여신 연체율은 4.0%를 기록해 지난해 말(3.7%) 대비 0.3%포인트 올랐다. 같은 달 가계신용대출의 연체율은 4.1%를 기록해 작년 말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취약차주 부실이 현실화하면 저금리 기조에서도 대출금리 인하 추세는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신용이 안 좋아지거나 연체가 있으면 반영돼서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저신용자는 신용에 대한 비용이 높아 위험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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