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기준금리 인하로 카드업계 조달 비용이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카드사 등이 발행하는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만큼, 당분간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대회의실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여전채 3년물(무보증 AA+) 민평금리(채권평가회사가 시가평가한 금리의 평균)는 1.514%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경기 악화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0.50%로 낮춘 당일 여전채 금리는 1.471%였는데, 이때보다 약 0.043%포인트 증가했다. 지난달 29일 1.45%대까지 하락했던 여전채 금리가 이달 들어서 1.5%대로 회복한 셈이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전인 지난달 중순경 여전채 금리 수준과 비슷하다.
이로써 카드사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조달비용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자금 조달의 70%를 여전채 발행으로 충당하는데, 여전채 금리가 올라가면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이같이 기준금리와 여전채 금리의 비동조화는 통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보통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여전채 금리도 내려가 조달비용이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저금리 기조 아래서 카드사 평균조달비용은 4년간 2100억원의 감소 효과를 얻었다.
최근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내려감에도 불구하고 여전채 금리가 증가하는 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 영향이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물경기 악화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여전채 매수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빅컷 당시에도 0.5%포인트 기준금리가 하락했지만, 여전채 금리는 반대로 올라간 바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 3월과 마찬가지로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배경 자체를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며 "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 좋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으로 인식하면 불안감 때문에 여전채 수요가 줄고 (여전채)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준금리 인하에도 조달 비용이 그대로인 카드사들은 대출금리의 인하 시기를 늦추거나 대출 여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미친 올해 2분기 이후 연체율이 상승하면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환경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아 자금 조달비용과 관련해선 추후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