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격앙 "김여정 담화, 무례·몰상식"

김여정, 문 대통령에 "역겹다"
남북, 출구없는 '강대강' 대립
북한군, 금강산·개성공단·GP 병력 배치 발표

입력 : 2020-06-17 오후 3:56:59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가 17일 문재인 대통령을 인격적으로 모독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향해 "몰상식하고 사리분별을 못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북한의 최근 대남압박 행보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일단 급제동을 건 것으로 보이지만, 남북이 '강대강'으로 정면충돌하면서 한반도 긴장국면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10시까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최근 북한 동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청와대와 국방부, 통일부가 일제히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측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수석은 특히 김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이 이틀 전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에서 밝힌 '대화·협력' 메시지에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겹다"고 원색 비난한 것을 두고 "몰상식한 행위", "사리 분별 못하는 언행"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우리가 비공개로 제안한 '대북특사'를 공개한 것에도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며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 예의를 갖추길 바란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방부는 북한 인민군이 '9·19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한 것에 대해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일부 역시 강한 유감을 나타내며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김연철 장관은 "남북 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간 북한의 각종 도발에 말을 아껴왔던 청와대와 정부의 이번 강경한 움직임은 북측의 최근 행동이 '남북 대화의 기본틀'을 훼손하고 있으며, 방치할 경우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개인의견을 전제하고 "현 상황에서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은 무리가 아닐까 싶다"고 우려했다.
 
그렇지만 현 상황을 타파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것은 정부의 고민거리다. 돌파구로 거론되던 '대북특사'마저 북한이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북한의 이번 도발이 궁극적으로 '대북제재'의 열쇠를 쥔 미국을 겨냥한 것이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일 지는 불확실하다.
 
앞서 북한은 김여정 제1부부장 명의로 '문 대통령 모독담화'를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이 지난 15일 특사 파견을 요청했지만 김 제1부부장이 이를 불허했다"고 공개했다. 인민군은 "금강산과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남측 당국과 더는 마주앉을 일이 없을 것"이라며 관계단절을 선언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메시지에 대해 비난을 쏟아낸 가운데, 17일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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