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일본화' 속도 붙은 반도체 업계, 일 추가 제재 '예의주시'

자생력 키웠지만 추가 제재 불안 요인 여전…삼성, 최근 전략회의도

입력 : 2020-06-18 오후 3:13:43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일부 소재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탈일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규제 공습'이 벌어진지 불과 1년 만에 선택지를 넓혀나가는 긍정적인 분위기지만,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일본의 '추가 규제' 뇌관에 대해서는 계속 예의 주시 중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SK머티리얼즈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초고순도(99.999%) 불화수소(HF) 가스 양산을 시작하고 2023년까지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솔브레인·램테크놀러지가 이미 액화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한 가운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일본 규제 이전인 2016년 불화 폴리이미드를 개발해 지난해 상반기부터 양산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하드마스크(SOC)와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ArF PR) 개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7월 일본이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규제하자 위기에 빠졌던 국내 반도체 업체가 발 빠르게 자생력을 키우는 양상이다. 일본이 선별적으로 규제의 끈을 푼 것과 별도로 국내 업체들이 대만 등 일본 외 국가로 소재 선택의 폭을 넓히고 국산화 개발에 적극적으로 매진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소재·부품·장비 공급처가 하나인 것은 당연히 좋지 않다. 가격 협상에서 어려움이 많을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 다변화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라며 "이제 일본산을 안 쓰겠다는 말이 아니다. 일본에 편중돼 있는 소재 등의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뜻으로 이번 양산 시작은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2일 오전 충남 천안 MEMC코리아 공장에서 불화수소 에칭 공정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업체가 건재하자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인 '반도체 때리기'를 통해 발목을 잡으려 했던 일본 정부 시도가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성토까지 현지 매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규제 직후 지난해 3분기(7~9월) 일본의 초고순도 불화수소 전문 업체인 스텔라케미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88% 감소했다. 
 
국내 업체 입장에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지난 5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일본 전범기업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에 국내 자산 강제매각을 위한 공시송달을 결정하자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추가 제재를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온 것은 없지만, 당장 국산화가 어려운 실리콘웨이퍼·포토마스크 등과 같은 소재에 대해 일본이 추가 제재를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진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시황·투자 계획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댄 것도 이러한 최근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과 마찬가지로 한일 무역갈등 역시 서로 경제적으로 촘촘히 얽혀 있는 만큼 새로운 규제는 곧 대책 없는 위기 촉발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국산화에 속도를 높이면서 선택지를 계속 늘려가고 있지만 일본의 규제가 추가된다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라며 "아직 추가 규제가 나온 게 아닌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 생산에 있어 하나의 요소라도 빠지면 이미 기능을 못한다"라며 "현재 이미 우리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 일본이기에 추가 제재는 크게 의미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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