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실패 품목 재도전 나선 바이오벤처

지난해 고배 마신 헬릭스미스·비보존…단일 품목사 경쟁력·신뢰도 평가 분수령

입력 : 2020-06-29 오후 3:26:49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시장 기대를 모으며 개발 중이던 파이프라인 임상 실패에 기세가 꺾인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유일했던 품목의 임상 실패에 타격이 적지 않았던 만큼, 재도전 성공을 통해 신뢰 및 경쟁력 회복에 나선다는 목표다.
 
29일 헬릭스미스와 비보존에 따르면 양 사는 지난해 각각 막바지 글로벌 임상에서 유효성 지표 도출에 실패했던 주력 파이프라인의 임상 시험을 이달 들어 재개했다.
 
지난 2월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VM202-DPN)'의 글로벌 임상 3-1상에서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헬릭스미스는 3-2상으로 재도전에 나선다.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프로토콜을 제출한 이후 임상 사이트 선정 및 운영에 대한 계획을 준비해 온 헬릭스미스는 지난 25FDA에 최종 프로토콜을 제출 및 확정한 상태다. 이번 임상은 미국 환자 152명을 대상으로 엔젠시스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증명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 3상 결과 발표 시점으로 전망됐던 지난해 9월 약물혼용으로 인한 데이터 오염을 이유로 한 차례 발표를 연기했다. 당시 사실상 임상 실패가 아니냐는 시장 의혹을 극구 부인했지만, 올해 2월 약물혼용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 임상 실패를 인정한 상태다. 이례적인 임상 약물 혼용 사태에 임상시험수탁기관에 대한 법적조치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경한 입장을 펼쳤던 회사의 갑작스러운 입장변화에 신뢰도는 크게 낮아진 상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임상 3-2상 성공을 위해 현지 100여개 후보 CRO(임상시험 수탁기관) 가운데 데이터와 품질 관리 전문성이 있는 기관을 선정하는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VVZ-149)'의 엄지건막류 임상 2b상 시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했던 비보존 역시 최근 3b상을 통해 임상을 재개했다. 지난 26일 첫 환자에 대한 투여를 시작으로 오는 10월 말까지 300명에 대한 투여를 마치고, 이르면 연내 탑라인 결과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효성지표인 12시간 통증면적합의 차이가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유효성은 확인한 만큼 후속 임상 설계의 정교함을 높여 임상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 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 연말 미국 3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던 복부성형술 환자 대상 임상 역시 재개를 위해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회사는 지난 1월 복부성형술 환자 대상 변경 임상 3a상의 환자 등록을 상반기 내 마치고, 연말 탑라인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임상재개로 재차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해당 파이프라인들은 최근 양사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해왔다. 양사는 사실상 유일한 파이프라인인 해당 품목들을 통해 지난해 기업 가치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각 사가 개발 중인 품목들이 시장 내 절대강자가 없는 분야라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기준 최대 11조원이며, 오피란제린이 타깃으로 하는 비마약성진통제 분야 역시 개발 성공 시 오는 202410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진통제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할 수 있게 된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나란히 임상에서 고배를 마시며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급격히 돌아섰다. 기업가치 급락은 물론 국내 바이오기업의 거품론을 지적하는 사례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이 같은 오명들이 현재까지도 해소되지 않은 만큼, 이번 임상 재도전 결과는 양사의 기업가치와 신뢰도 제고는 물론 단일 파이프라인 의존도가 큰 국내 바이오기업 평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기업들은 지난해 증권시장에서 관계사들 기업가치까지 좌우할 만큼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곳들"이라며 "국내 바이오벤처의 영세적 구조 특성상 단일 파이프라인에 기대는 부분을 비난할 순 없겠지만, 그만큼 확실한 성공 모델이 나와 줘야 후속 기업들이 시장 신뢰를 얻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보존 소속 연구원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비보존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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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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