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시인은 1990년대 초 도시생활자 개인의 욕망과 공포를 선명하게 보이는 시들로 새 세대의 출현을 알렸다. 1995년 첫 시집 ‘불온한 검은 피’가 나온 뒤 당대 수많은 청춘들은 이 시집을 필사하며 열병처럼 앓았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오십 미터’…. 연이어 펼친 시 세계는 무감한 일상, 폭력, 어둠의 함축어들. 올해 등단 30주년을 맞아 낸 이 신작에서 시인은 가난과 병듦을 마주보되 누군가를 위해 ‘나비가 되어줄 사랑’을 응시한다.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허연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저자는 김우중 회장,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써온 ‘글 전문가’다. 대기업 회장 비서, 대통령 연설비서관이란 경력 때문에 특별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평범한 이들이 으레 겪을 만한 상황에서 말과 글을 써왔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는 것을 “쓰기 영역이 아닌 읽기, 듣기 영역”이라는 그는 책에서 ‘일단’ 말한 대로 써보라고 강조한다. 혼잣말이라도 열심히 시도해볼 때 입이 트이고 글이 통하게 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10여년 전 비극적 화재 사건에서 살아남은 18살 주인공 ‘유원’의 이야기다. 사고 현장에서 자신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언니, 11층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자신을 받아내며 몸도 삶도 망가져 버린 아저씨, 외로운 나날 가운데 훌쩍 다가온 친구 수현…. 관계 속에서 겪는 내밀한 상처와 윤리적 딜레마가 284쪽의 짧지 않은 호흡에 긴장감 있게 서려 있다. 죄와 용서, 책임감과 부채감, 사랑과 연민을 되새길 때 한국사회의 가슴 아픈 단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유원
백온유 지음|창비 펴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과 퓰리처상 수상자인 토마스 프리드먼, 한국 대표 경제학자 최배근 건국대 교수 등 세계적 석학 8인이 자본주의와 경제 미래를 전망한 논설집이다. 기술의 진화가 우리 삶과 직업을 어떻게 바꿀지, 기울어진 사회 시스템 속에서 몰락하는 중산층과 소외되는 인간상을 다각도로 논의한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에서 시급히 논의 중인 ‘기본 소득’을 효율성과 연결시키며 “하루 3시간 노동이 사회를 구할 것”이라 주장한다.
거대한 분기점
폴 크루그먼 외 8인 지음|한스미디어 펴냄
꿈은 자칫 먼 미래에 머무르곤 한다. 그날을 위해 지금 이 순간 마땅히 조연이 돼도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언젠가 멋지게’가 아닌 ‘지금부터 제대로’ 살 수는 없는 걸까. 저자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같은 삶을 살기로 했다. 우유와 달걀을 넣지 않는 과자를 굽고, 비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는다. 출판사 책읽는고양이의 ‘일상이 시리즈’ 첫 책. ‘원하는 삶을 지금 산다’를 모토로 앞으로도 꿈을 미루지 않는 여러 삶을 비출 예정이다.
일상이 포레스트
이하림 지음|책읽는고양이 펴냄
1940년대 중엽 장 폴 사르트르, 앙드레 지드, 앙드레 말로 등 프랑스 작가들을 중심으로 이 소설의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미국 탄생의 최초 실존주의 소설가”로 불리며 저자 맥코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작가로 주목 받았다. 소설은 무명 배우 글로리아가 마라톤 댄스 대회에 참가하지만, 그 곳에서 악몽 같은 기분을 느끼는 이야기다. 작가 실 체험에 기반한 삶의 공허가 서정적이면서 음울한 문체로 그려진다.
그들은 말을 쏘았다
호레이스 맥코이 지음|송예슬 옮김|레인보우퍼블릭북스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