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주식시장에서는 기존의 거래세율을 소폭 낮추는 대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중과세 논란을 넘어서 한국 주식시장을 떠나겠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먼저 밝힐 것이 있다. 나는 주식 매매 차익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데 찬성한다. 모든 소득에는 세금이 있다. 오랫동안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매매차익 비과세가 적용됐으나, 이는 그동안 혜택을 누린 것이지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
반면 소득이 없는데도 세금을 냈다. 거래세다. 주식 매매로 이익을 내는 투자자는 많지 않은데, 주식을 거래했다는 이유로 손실을 입어도 세금을 내야 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증권수수료처럼 여겨 체감도가 떨어졌을 뿐 상당한 금액이다.
주식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거래세 대신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조세정의 차원에서 보면 당연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고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준비했으며 이번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즉 거래세 체제에서 양도세 체제로 변화하는 것은 큰 물줄기를 따르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처지 때문에 불거졌다.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 입장에서 거래세는 걷기도 쉽고 예측도 가능하다. 월급이 얼마 들어오면 이걸로 무얼 하고 어디에 얼마를 쓰고, 가계부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양도세는 그렇지가 않다. 얼마가 들어올지 예측할 수가 없다. 이익이 발생해야 내는 세금인데 올해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얼마나 올라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 알 수가 없다. 주가지수가 10% 올라도 개인들이 그만큼 수익을 내서 양도세를 낸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거래세를 놓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렇게 바꿔도 증세가 아니다”라고 항변할 게 아니라, 먼저 시장 참여자들에게 매년 거래세를 얼마나 걷고 있었는지, 양도세 체제로 바뀔 경우 예상되는 세입은 얼마인지부터 설명해야 했다. 증시가 10% 오르면 양도세로 얼마나 걷힐지, 20% 오르면 얼마나 될지 시뮬레이션해서 “이렇게 걷어도 기존 거래세 세수에서 얼마가 모자란다” 혹은 “주가가 20% 올라야 양도세 세수가 거래세 걷을 때보다 이만큼 많아진다”라고 자세하게 밝히고 설득해야 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을 위해 용역을 시행했다는데 그 결과도 알려지지 않았다. 설마 개인 투자자의 대부분은 손해를 보고 5% 정도만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될 거다, 이게 용역 결과는 아닐 것 아닌가? 이렇게 헐렁한 근거만 내놓고 세금을 부과한다는데 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중과세 문제도 그렇다. 애초에 출발은 조세정의, 선진금융과세를 향한 것이었다. 거래세 폐지, 양도세 부과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도 여야가 뜻을 모아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에 발맞춰 지난해 거래세를 0.05%포인트 내렸고, ‘양도세 체제로 가기 위한 거래세 단계적 인하 후 폐지’로 컨센서스가 잡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거래세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라살림하는 데 세금 필요한 걸 투자자들이 모르는 바도 아니고, 양도세 체제로 갔을 때 세수에 큰 구멍이 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 이를 공개하고 다시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선진금융 세제의 깃발을 높이 들었는데 아무리 봐도 누덕누덕 기운 깃발이다. 양도세 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현실을 반영한 과도기의 세제라면 모를까, 이대로 눌러앉겠다는 데는 찬성하지 못하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