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금융데이터거래소가 출범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중소 카드사들의 거래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수가 적어 활용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공을 통한 차별화된 데이터 제공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 카드사의 데이터거래 참여가 더딘 상황이다. 사진은 여러 신용카드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5일 금융보안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공식 출범한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 현재까지 카드사가 공개한 데이터는 104개로 집계됐다. 등록된 전체 데이터 350개 중 3분의 1가량이 카드사 상품인데, 대부분 대형사가 휩쓸었다.
데이터거래소 시범 운영 기간부터 참여한 신한카드의 등록 데이터는 67개로 집계돼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KB국민카드 34개, 삼성카드 3개였다.
신한카드의 누적 유료 데이터 거래건수는 19건을 기록했다. 신한카드가 등록한 유료 데이터 중 '맞춤형 광고 제공을 위한 카드소비 데이터'는 약 8000만원으로 거래돼, 역대 최고 거래가를 기록했다. 이외에 KB국민카드에선 '천안시 가맹점 매출 데이터' 1건이 유료로 거래됐다.
대형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데이터 거래에 나서는 반면 중소 카드사의 참여는 더디다. 롯데카드와 비씨카드는 데이터거래소 참여기업으로 등록했지만 지금까지 공개한 데이터는 없다. 현대·우리·하나카드 등은 데이터거래 참여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조차 않았다.
이같이 중소카드사들의 데이터 거래 참여가 저조한 것은 상대적으로 대형 카드사 대비 고객수가 적어 데이터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같은 주제의 데이터 상품이라면 수요자는 큰 회사의 데이터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가격 책정이 쉽지 않은 점도 적극적인 참여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데이터거래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아 가격 책정 자체가 힘든데다 같은 상품이라도 수요자별 요청 범주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 공개적으로 시장 가격을 제시하기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수요자가 어떤 데이터를 원하는지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중소 카드사의 데이터 거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선 다양한 시장 관계자 등의 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유인과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 역시 매력 있는 데이터를 선보이기 위한 가공 역량을 강화하는 데 노력이 요구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중소 카드사는 수요가 원하는 가치 있는 데이터를 강점으로 삼아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