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과 맞물려 기존 유료방송 플랫폼 영향력이 약화하는 등 방송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지각변동 하는 시장 흐름 속에서 콘텐츠 제공 사업자와 기성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 사용료, 플랫폼 출시 등을 두고 충돌하는 중이다.
"사용료 수년째 동결" VS "과도한 요구"
5일 방송 업계에 따르면 방송채널사업자(PP) CJ ENM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딜라이브는 최근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CJ ENM은 지난 3월 딜라이브에 채널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을 요구했다. 이에 딜라이브는 '합리적 수준의 인상'을 주장하며 20% 인상안을 거부한 상태다. 회사는 "딜라이브가 PP에 지급하는 전체 프로그램 사용료의 25%가 CJ ENM에 지급되고 있다"며 "통상 인상률과 비교해 20%는 과도한 인상 요구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을 보면 SO의 눈에 띄는 하락세를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2조3462억원을 기록했던 SO 사업자 매출은 지난해 2조227억까지 줄며 지속해서 하락했다. 반면 IPTV의 경우 같은 기간 1조4872억원에서 3조8566억원까지 성장하며 2.5배가량 증가했다. PP 사업자들의 매출도 지난해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서는 등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딜라이브는 "케이블방송 가입자의 지속적인 감소로 매출이 줄어드는 반면 PP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디어산업의 현실을 외면한 일방적인 이익 추구"라고 CJ ENM 측을 비판하기도 했다.
CJ ENM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 경쟁사들의 프로그램 이용료는 지속해서 인상됐지만, 자사 이용료의 경우 4~5년째 동결 중이라 강조한다. 더불어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진 이용료 협상 시기를 앞당겨 합당한 콘텐츠 값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2019년 프로그램 이용료를 그해 말이나 다음해 초까지 계약을 완료하는 후불제 방식을 타파하자는 취지다. CJ ENM 관계자는 "후불제로 계약하는 플랫폼 업계 관행을 깨기 위해 올해는 계약 제안을 일찍 시작했다"며 "현재 플랫폼사의 4분의3 이상은 이미 프로그램 사용료 공급 계약에 합의하거나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LG유플러스와 CJ ENM은 지난해 채널 계약 협상을 올해 1월 완료했다. 두 회사의 채널 계약 협상이 지연되며 1월8일 0시부터 LG유플러스 인터넷(IP)TV에서 CJ ENM 계열 채널 송출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지만, 바로 전날인 1월7일 계약에 성공했다. 이번 딜라이브 건의 경우, CJ ENM은 CJ파워캐스트를 통해 오는 17일 CJ ENM 계열 채널 디지털 수신기를 회수할 계획이다.
넷플릭스 메인 페이지. 사진/넷플릭스
업계 "상생 방안 찾아야"…OTT 공습 속 콘텐츠 주목도 올라가
방송 업계는 미디어 산업 전반이 어려운 만큼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가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플랫폼 회사가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었지만, OTT·포털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이 등장하고 콘텐츠 경쟁력이 플랫폼 경쟁력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플랫폼 회사가 국내 콘텐츠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 경쟁력을 끌어올리자 국내 콘텐츠·플랫폼 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미스터 션샤인',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최근 지상파나 종편 등을 통해 방영된 드라마들이 넷플릭스 투자를 등에 업고 제작되며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글로벌 업체의 국내 진출 준비도 가시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갈등이 심하지만 서로 양보해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국내 미디어 업계는 공동 대응이 부족한 편인데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공세 속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도 미디어 시장 전반을 손보는 작업에 돌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022년까지 국내 미디어 시장을 10조원까지 육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유료방송 산업의 대표 규제였던 시장 점유율 규제 폐지를 공식화했고, OTT 유통 비디오물은 자율적으로 등급 분류를 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추진한다. 콘텐츠 제작 분야에선 1조원 이상의 문화콘텐츠 펀드를 조성한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 실장은 지난달 열린 브리핑에서 "OTT뿐 아니라 기존 미디어인 IPTV·케이블TV·지상파 등에 대해 규제 완화와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