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그린벨트, 그리고 35층

박용준 공동체데스크

입력 : 2020-07-10 오전 6:00:00
또다시 그린벨트다. 이미 2년 전 벌어졌던 공세의 되풀이다. 아니 더 세졌다. 박원순 시장을 2년 전엔 김현미 장관만 압박하더니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부동산 시장이 각종 대책에도 좀처럼 잡히지 않자 그 화풀이를 그린벨트에 하는 꼴이다. 그린벨트만 해제하면 모든 일이 해결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이번엔 아예 타기팅을 정교하게 잡았다. 서초·강남지역 3~5등급 그린벨트를 겨냥하고 있다. 장관 직권해제까지 거론된다. 법적문제야 없다지만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분권과 지방자치를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가 서울시의 의사와 상관없이 직권해제를 결정한다니 씁쓸하기만 하다.
 
사실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집값이 풀린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판매용 아파트만 똑같이 양산할 생각이라면 자칫 투기만 불러올 뿐이다. 이런 방식이면 다음은 재건축·재개발, 그다음은 공원용지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어마어마한데 그린벨트로 이를 다 잠재울 수나 있나. 과거 섣부른 공급 확대 조치가 민간건설사들만 배불리고 집값을 잡는데 실패한 전례를 잊었는가.
 
이명박 정부 시절 그린벨트를 풀어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에 아파트를 대량 공급했으나 결과적으론 이들이 ‘로또 아파트’가 돼버리면서 집값 안정은커녕 오히려 투기를 부추겼다. 게다가 해제한다 하더라도 실제 공급까지는 짧게 잡아야 2~3년 이상 걸린다. 당장 시장 상황이 시급한데 긴 호흡이 필요한 정책이라니 아귀가 안 맞다.
 
공급이 필요하다면 얼마나 어디에 필요한 걸까. 10만호? 100만호? 강남에 10만호를 지으면 집값이 잡힐까. 어느 전문가도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야 심리적인 요인이 중요하다지만, 환경은 한 번 건들면 되돌리기 어렵다. 섣부른 셈법보다는 정교한 예측과 분석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서울시와 국토부·청와대가 얘기하는 주택은 같지만 다르다. 국토부와 청와대가 얘기하는 주택 공급은 시장에 직접적인 효과를 줄 민간 분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시가 얘기하는 주택은 임대주택이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주거취약계층이 살아갈 주택이다. Buy와 Live의 거리만큼 멀다. 정부의 정책에선 시장만 있지 사람이 빠져있다.
 
정 공급물량을 마련해야 한다면, 35층룰은 어떨까.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초고층 개발을 제한하며 35층룰을 고수하고 있다. 스카이라인을 지키고 무분별한 개발을 막겠다는 취지야 이해하지만, 일률적인 35층 제한은 시대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개발부지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고밀도 개발을 무작정 제한하기도 쉽지 않다. 
 
35층룰을 일부 완화할 경우 그린벨트보다도 시장에 주는 효과가 클 수 있다. 단, 35층룰을 완화한다 하더라도 대체할 원칙과 방향성만은 명확히 해야 한다. 각 재건축 단지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있는 상황에서 도시 인프라와 지역 균형 발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는 박 시장도 이를 돌파하기 위한 카드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을 최소화하며 궤를 같이하겠다는 박 시장으로선 무조건 반대는 부담이 크다. 이번에도 그린벨트를 지키려면 기존의 논리만으로는 쉽지 않다. 박 시장이 내놓을 카드가 궁금해진다.
 
박용준 공동체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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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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