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최근 경기도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벌어진 집단 식중독 사건을 통해 이른바 '햄버거병'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전 국민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 장기화로 힘든 상황에서 투석까지 받는 어린아이들이 생기며 안타까움이 커지는 분위기다.
단기간 내 신장을 망가뜨리는 햄버거병의 정확한 명칭은 '용혈성요독증후군'이다. 지난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사람들이 집단 감염된 사례에서 햄버거병이란 별칭이 붙었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대장균 O-157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살모넬라 등으로 인해 유발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설사가 동반되고 혈변을 보게 되며, 이러한 잠복기가 약 4~5일 정도 지속된 이후에 혈전성 혈소판 감소 자반증과 빈뇨증, 급성 신부전 등이 오게 된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주로 6살 미만의 어린 아이들에게 잘 나타난다. 의심증상을 나타내는 설사를 시작한 지 이틀에서 2주 뒤에 소변양이 줄고 빈혈 증상이 나타난다. 몸이 붓고 혈압이 높아지기도 하며 경련이나 혼수 등의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지사제나 항생제를 투여 받을 때 발생빈도가 높다. 또 용혈성빈혈과 혈소판감소증·급성신부전 등 합병증도 나타난다. 환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비율로 신장 기능이 손상돼 투석과 수혈 등의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환자 중에서 5%는 신장이 완전한 회복되지 못해 평생 신장투석을 해야 할 정도로 후유증이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망률도 5~10% 정도에 이를 정도로 높다.
일반적으로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1주일 정도 안정을 취하면 후유증 없이 치료되지만 약 10%에 해당하는 경우가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이어지면서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장출혈성대장균이 적혈구를 파괴해 빈혈, 혈소판 감소 증상이 나타난다. 또 장출혈성대장균에 의해 손상된 적혈구가 콩팥에 찌꺼기처럼 끼면 콩팥 기능까지 손상된다. 콩팥 기능 손상이 심하면 영구적으로 회복이 안돼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할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소아는 수십 년 후에 단백뇨, 고혈압, 신 기능의 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장기간 추적해 건강체크를 해야 한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이 음식과 관련된 만큼 특히 여름철엔 생선회와 육회 종류는 피하는 것이 좋고, 구워 먹을 때에도 다진 고기는 속까지 완전히 잘 익었는지 확인하고 먹어야 한다. 오염된 칼과 도마로 조리한 야채나 과일도 위험할 수 있어 주방 기구를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끓이지 않거나 정수되지 않은 물, 약수 등의 오염 가능성 있는 식수를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박성만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어린이에게 특히 취약하기 때문에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여름철에 복통, 설사가 3~5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할 것을 권고한다"라며 "또한 아이들이 화장실을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하고, 육류 제품은 충분히 익혀서 먹고, 날것으로 먹는 채소류는 깨끗한 물로 잘 씻어 먹이도록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용혈성요독증후군 예방수칙 첫번째는 식사 전후 및 화장실 이용 후에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다. 물은 끓여 마시고 음식은 반드시 익혀먹어야 한다. 또 채소와 과일은 깨끗한 물에 씻어 껍질을 벗겨 먹는 것을 습관화하고, 식육과 수산물 및 조개류는 85℃에서 1분 이상 충분히 익혀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밖에 평소 변기 뚜껑을 덮고 물 내리는 것을 생활화하고, 설사 증상이 있는 경우 음식을 조리하지 않아야 한다.
단기간 내 신장을 망가뜨릴수 있는 희귀질환인 용혈성요독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선 날 음식을 피하고 청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사진/고대 구로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