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가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와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 전화는 13일 오후 서울은평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A씨의 심정을 밝혔다. 이날 공개된 입장문은 A씨가 직접 작성하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했다. 이날 A씨는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았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의 입장을 대신 밝히고 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유튜브 화면 캡처
A씨는 입장문에서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고 고소 경위를 밝혔다. 또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고 주장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도 했다.
A씨는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 헤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며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
A씨는 끝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조의를 밝히고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이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