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창립 8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사상 첫 연매출 1조원 돌파를 위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든든한 모그룹 지원 아래 쌓아올린 파이프라인 성과가 속속 가시화되며 바이오사업 중심축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년 대비 두배 가까운 매출 증가에 성공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올해 사상 첫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 무대인 유럽시장 순항에 추가 파이프라인 가세가 전망되는 만큼 2년 연속 흑자달성 역시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관계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그룹 내 바이오사업 양대축을 이루고 있다.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를 주력으로 하는 생산을 하고 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에 특화돼 철저한 분업 형태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이듬해인 2012년 2월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6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성분명: 에타너셉트)'의 유럽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어 5월 레미케이드 시밀러 '플릭사비(성분명: 인플릭시맙)', 2017년 휴미라 시밀러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와 허셉틴 시밀러 '온트루잔트(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등이 연이은 유럽 허가를 획득하며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 성공했다. 유사한 시기 또 다른 국내 기업 셀트리온의 유럽 진출이 본격화되며 시너지가 발휘된 점도 현재 양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점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시장 선점에 성공한 첫 품목 베네팔리 등 주력 품목들의 가파른 성장에 실적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5년 239억원에 불과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매출액은 이듬해 1475억원으로 늘어난 뒤 2017년 314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8년 역시 3687억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파이프라인 확대를 기반으로 한 높은 잠재력과 든든한 배경에도 불구 '적자기업'이라는 꼬리표는 지난 2018년까지 따라붙었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출 성장세가 본격화 된 2016년 이후에도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년 대비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지난해 사상 첫 흑자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 매출 1조원 돌파라는 호실적이 흑자를 견인하며 매출액 7659억원, 영업이익 1228억원의 실적을 안겼다. 주력 품목들의 유럽시장 매출 증가가 원동력이었다. 일찌감치 흑자전환을 예상한 회사는 지난해 11월 창립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간담회에 직접 나선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승세는 올해 역시 지속될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미 1분기 유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상태다. 연간 매출 1조원 돌파가 무난히 가능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여기에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에이빈시오'가 지난달 유럽 의약품청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 허가 긍정의견을 획득하며 유럽 진출 파이프라인 추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연내 공식허가가 전망되는 만큼 전세계 8조5000억원 매출 가운데 25%를 차지하는 유럽 시장 공략 역시 본격화 될 전망이다.
지속적 성장세로 국내 상장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주요 바이오기업들이 국내 증권시장 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다, 라이벌로 꼽히는 셀트리온을 비록해 최근 상장한 SK바이오팜 등이 소위 '상장대박'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장시 또 하나의 바이오 대장주 등극이 유력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상장 추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불거진 분식회계 논란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데다, 지분 절반을 보유한 바이오젠의 동의 등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한승 사장 역시 지난해 간담회를 통해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면 언제든 (상장을) 할 수 있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아직은 자체적으로 충분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CEO 기자간담회에서 창립 이후 첫 흑자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