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올해 상반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SK하이닉스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와 내년에도 현재의 흐름을 이어간다는 각오다. 품질 경쟁력에 바탕을 두고 수익성 중심으로 제품을 운영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3일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와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하반기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이라면서도 "주요 국가들의 부분적인 경제 활동 재개와 함께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나고 신제품 출시가 예정된 게임 콘솔 등에서 수요 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반기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그 여파는 짧을 것으로 판단하고 하반기 이후 내년 실적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4년에 거쳐 수요·공급 조정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마무리 됐다고 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성장 추세가 견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와 같은 불확실성이 없다면 짧은 조정 기간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 하반기를 저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 운용도 적극적으로 펼친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올해 3분기 말부터 128단 낸드플래시를 판매할 계획이다. 또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뿐만 아니라 모바일향 고용량 메모리 수요에도 제대로 대응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96단과 128단 낸드플래시 비중이 3분기 60%, 4분기 70%를 넘을 것으로 판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대한민국 소재 부품 장비 산업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경기도 이천시 SK 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한 뒤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된 고객사들의 메모리 재고 증가 우려에 대해서도 하반기 급격한 실적 악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연초 고객들이 시장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재고를 늘렸고 2분기에도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재고 수준을 높였다"며 "하반기가 지나면서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말 기준 전체적으로 고객 재고가 2분기말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5G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메모리 탑재량 증가도 늘 것으로 기대했다. 더 많은 D램 처리 용량과 저장 용량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회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회사 측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내년 비트그로스(생산량 증가율)가 각각 20%, 30% 초반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설 투자와 캐파(생산능력) 운영은 기존 계획대로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 투자는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겠으나 시장 수급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며 "내년 역시 큰 투자 확대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15조8054억원과 영업이익 2조74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13조2248억원과 영업이익 2조41억원을 올린 지난해 상반기 대비해 매출은 약 2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7000억원이 늘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