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래통합당이 29일 여당에 맞서 장내·장외 투쟁을 병행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요 상임위원회에서 의사일정 합의 없이 법안을 상정·처리한 것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다. 하지만 상임위원장 자리가 이미 모두 여당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강경투쟁 노선을 유지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장내·장외 투쟁을 병행하되 장외투쟁 방법들은 구체적으로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합당이 장외투쟁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21대 국회에서는 처음이다.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가는 등 개원 협상 과정에서도 통합당은 장외투쟁을 언급하는 데 신중했다. 기본적으로 장외투쟁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을 마친 후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통합당이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든 데에는 현 상황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의미다. 주 원내대표는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일당독재 국가는 없다"며 "민주당이 다음 달 4일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부동산 관련 법을) 무조건 통과시키겠다고 절차도 지키지 않는데, 국회를 더 열어서라도 심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뒤 곧바로 원내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장외투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정진석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장내·장외 병행투쟁을 제안했다. 정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이 국민에 맞서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는 투쟁을 시작하자"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 의원의 제안에 동의하면서도 자유한국당 시절의 광화문 집회나 서울광장 집회가 아닌 다른 형태의 투쟁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현재까지 통합당은 민주당을 저지할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법안소위를 건너뛰는 방식이 각 상임위에서 반복되면 법안처리를 저지할 수 없다.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여당에 내줘 아무런 견제 수단이 없는 통합당은 기자회견을 통한 여론전과 법적 대응 외에는 사실상 아무런 방법이 없는 것이다. 통합당은 30일에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구체적인 대여투쟁 방향을 점검할 계획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