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에서 처음 실시된 4차례의 인사청문회에서 결정적 한방 없이 물러나게 됐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청문회의 경우 낙마를 목표로 송곳 검증을 예고했지만 임명을 막아낼 정도의 카드를 찾아내지 못했다. 통합당이 이번 청문정국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면서 향후 7월 국회도 여당의 입법 공세에 일정이 험난할 전망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0일부터 전날까지 총 4차례의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김창룡 경찰청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청문보고서는 여야 합의로 채택했지만 이인영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의 청문보고서는 통합당이 부적합 입장을 분명히 하며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결과적으로 통합당이 이들의 임명을 막아낼 정도로 여론을 반전시키는데 실패하면서 결과적으로 청문회에 나선 4명의 후보자 모두 국정을 수행하게 됐다.
국회 정보위원회 미래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합당은 이인영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 청문회의 경우 이례적으로 당내에 청문자문단까지 꾸려가며 총공세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장관의 청문회에서는 관심의 초점이 '사상 검증', '색깔론'으로 몰리면서 통합당은 다른 의혹에 대해선 제대로 묻지도 못한 채 청문회를 마쳤다.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통합당이 학력 위조 의혹과 불법 대북송금 문제 등과 관련해 공세 수위를 높였지만, 박 원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철통 방어에 나섰다.
도덕성 검증을 위한 각종 의혹 규명에만 나서다 보니 각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 검증은 부족했다. 통합당은 이날 박 원장의 청문회를 마친 이후에도 "국정원장 임명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에 대해 대북지원 '이면합의' 의혹과 학력위조 의혹 등을 제기하며 대북 이면합의서의 경우에는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이에 박 원장은 오히려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이면합의서 서명' 의혹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역공을 폈다.
청문회를 통해 제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하려 했던 통합당의 구상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합당이 숫적 열세 속에 앞으로 7월 국회 남은 일정에서 여당의 입법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여당은 종합부동산세법과 임대차 3법 등 대대적인 부동산 정책 입법 추진을 예고한 바 있다. 통합당이 입법 과정에서도 여당에 무기력하게 밀릴 경우 당내 비판이 원내지도부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