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마주한 이낙연·이재명 정책공조 '동상이몽'

이낙연, 지자체와 협업 강화로 김부겸 견제
이재명, 여권 잠룡 빅2체제 공고화 목적

입력 : 2020-07-30 오후 3:31:5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이 의원으로서는 당권 경쟁자인 김부겸 전 의원 견제 차원에서 여권 잠룡 빅2로 꼽히는 이재명 지사와 정책 공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지사의 입장에서는 지지율 1위인 이 의원과의 회동을 통해 빅2 체제를 공고히 하고 체급을 올려 이 의원과 일종의 균형을 맞추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회동에서 이 지사는 '기본소득'과 '기본소득토지세', '기본주택' 등 최근 경기도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당 차원의 조력을 요청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 세금(기본소득토지세)을 국민한테 전액 돌려주는 방식으로 하면 조세저항도 줄어들고, (기본소득을)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면 재난 지원금처럼 경제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또 "부동산 문제가 심하니까 경기도 3기 신도시에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자는 아이디어(기본주택)를 제안했다"며 "많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니 당에서 관심을 갖고 살펴 봐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의원은 "부동산 정책에서 주택 공급의 중점은 공공주택 확대일 수밖에 없다"며 "정책의 이름이 어떻든 분양물량보다 공공주택을 늘리는 방안은 제 생각과도 접점이 있을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의 평생주택 개념도 참고할 만하다"며 "그런 걸 100만호 정도 공급하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아무래도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이 지사는 경기도 3기 신도시에 장기 공공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을 공급할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 의원은 공공주택을 늘리는 것이 주택 공급의 중점이 되어야 한다며 지방정부의 역할론에 무게를 실었다.
 
당초 두 사람은 접견실에서 짧게 인사말을 나눈 후 도지사 집무실로 옮겨 비공개 대화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사말에서부터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화제가 이어지자 이 의원은 아예 수첩을 꺼내 들고 이 지사의 건의사항을 적는 모습까지 보였다. 정책에 관한 두 사람의 대화는 10분여 동안 계속 됐다.

이 의원은 회동에 앞서 진행된 경기도의회 기자회견에서도 이 지사가 시행키로 한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 제한에 찬성하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 "당에서도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게 1주택 외에는 연내에 처분할 것을 권유하고 그 결과를 공시토록 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정부의 경우 어느 범위의 공직자까지 적용을 확대될 것인가, 지방의 자율적 선택은 어디까지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 왼쪽)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회동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낙연 의원이 경기도의회 의원들을 만나고 기자회견을 하고자 경기도청을 찾으면서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회동에 대해선 지난 27일 당대표 선거에서 경쟁할 김부겸 전 의원이 이 지사와 만난 걸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회동을 누가 요청했느냐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에 이 의원은 "원래 5월에 경기도의회를 방문키로 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미뤘다"면서 "의회를 가는데 도지사를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앞서 지난 29일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27~28일 이틀간 실시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낙연 의원이 23.0%로 1위였고 이어 이재명 지사가 21.8%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 자동응답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4.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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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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