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코로나 이전과 확연히 다른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왔다. 우리의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이 크게 바뀌었고, 특히 재택근무, 온라인 쇼핑 등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됐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중요한 정치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언택트 문화에 대응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조망해본다.<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언택트 정치'는 일부 엘리트 중심의 기존 정치구조를 해체하고 시민들이 직접 권력을 행사하는 '직접 민주주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온라인을 통해 이슈를 설정하고, 확산시키며, 정책으로 만드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에는 '#주호영23억'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확산중이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부동산 폭등의 책임을 정부여당에 묻고 있지만, 근본원인은 2014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이 통과시킨 강남 재건축 맞춤형 특혜법, '부동산 3법'에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목할 부분은 이 운동의 계기가 주 원내대표의 부동산 시세차익에 주목하지 않는 주류 언론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언론의 특정 이슈 '게이트키핑(취사선택)'을 거부하고, 직접 이슈를 주도한 것이다.
시민들의 온라인 단체행동에 관련 보도가 늘어났고, 정치권에서도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3일 고위 공직자(국회의원 포함)가 1세대 2주택 이상을 보유할 시 부동산 관련 업무 또는 관련 국회 상임위에서 배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의 목소리에 정치권이 발빠르게 반응한 사례다.
이외에도 시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자신들의 집단적인 생각을 공론화하고 있다. 거대 포털이 제공하는 온라인 기사 댓글 창에는 찬반 의견이 치열하게 맞붙고 그 자체가 기사화된다. 진보·보수 진영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총공격(실검 총공)' 경쟁은 사실상의 온라인 집회처럼 진행된다.
이러한 언택트 정치의 확산에 돈과 조직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권의 부정적인 면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정치인과 유권자들의 직접 소통이 많아지면서 정책 적합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정치신인들이 제도 정치권에 진입하는 길도 넓어졌다.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투 운동'의 시작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반면 언택트 정치가 기존의 '대의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를 크게 손상시키고,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정치지형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숙고하는 과정이 생략될 위험성이 있다. 특정 이슈에 여론이 들끓고 이에 정치권이 휩쓸려 미성숙한 정책을 남발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라니 시민들에게 돌아오며 정치불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정치의 연성화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지만 극단적인 선전선동으로 흘러 민주주의 그 자체를 왜곡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부 극단 성향의 유튜버들이 구독자들의 눈을 붙들기 위해 확인되지 않는 정보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권이 꾸준히 고민하며 대책마련에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언택트 정치’가 활성화되면서 국민들의 권력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19년10월 서울 강남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