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사상 처음으로 0%대 정기적금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이 등장했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기준금리에 역마진 우려가 커지면서 저축은행들이 예금에 이어 적금 상품 금리까지 낮추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여파에 0%대 수준의 정기적금 상품이 등장했다. 사진은 서울에 위치한 한 저축은행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경북 소재 대아저축은행의 2, 3년 만기 정기적금 금리는 0.90%로 집계됐다. 이는 대아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적금 상품 금리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만기가 더 긴 상품임에도 낮은 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적금 상품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경북에 위치한 대원저축은행의 1~3년 만기 정기적금 상품 금리도 1%를 기록했다. 이외에 부산 소재 국제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적금 상품의 금리가 1.65%로 집계되는 등 다수의 저축은행이 정기적금 상품 금리를 하향 조정에 나섰다. 0~1%대 금리의 적금 상품을 취급하는 시중은행과 격차가 좁혀지는 추세다.
이같이 지방 저축은행을 주축으로 정기적금 상품의 금리가 하락하는 데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기준금리 영향이 크다. 기준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 수신고객이 몰릴 경우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지방 소재 저축은행은 경기 악화로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수신 잔고만 늘어나면 수익성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지방 저축은행 외에 수도권에 위치한 상위 저축은행들도 적금 금리를 연이어 조정하는 상황이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년 만기 정기적금 상품 금리를 전월 대비 0.2%포인트 인하한 1.6%로 내렸다. 같은 달 한국투자저축은행은 1~3년 만기 정기적금 상품 금리 수준을 전월보다 0.15%포인트 하향한 1.7%로 낮췄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저축은행들의 예적금 상품 하향 조정은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 취약 차주에게 제공한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만기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도래하는 데다 우량 차주를 찾기 어려운 시점에서 여신을 늘리기 위해 수신 자금을 모집할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대출 여력을 늘리는 것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