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코로나 이전과 확연히 다른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왔다. 우리의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이 크게 바뀌었고, 특히 재택근무, 온라인 쇼핑 등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됐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중요한 정치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언택트 문화에 대응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조망해본다.<편집자주>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직접 만나서 설득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일이 중요한 정치인들에게 비대면 공간인 '온라인'은 국민들과의 또다른 소통창구다. 바야흐로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 홍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치인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있는 홍보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 대면 접촉에 능한 인사들이 정치 분야 홍보 전문가로 영입됐던 점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국회 채용공고에서 의원실마다 SNS 전담자를 뽑고 있다는 것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유튜브 편집 등 영상 활용 능력 보유자를 우대하는 곳이 많았다. 7월1일부터 8월4일까지 진행된 의원실 채용공고 현황을 살펴보면 총 34건 중 13건의 업무 항목에 유튜브·페이스북·블로그 등 SNS 운용과 포토샵·카드뉴스·동영상 편집 등이 명시돼 있고 관련자를 우대하겠다는 조건이 달렸다. '홍보 능력자님을 모십니다'라는 제목의 채용공고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김종민 의원은 후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김종민 의원실에서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의원실 제공
SNS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담당 보좌진은 20대 국회에서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21대 국회 들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텍스트나 영상을 정리해 SNS에 올리는 업무를 맡은 보좌진부터 직접 SNS 소통에 나서는 보좌진까지 역할이 다양하다. 홍보 담당 보좌진을 직접 유튜브 PD로 채용하는 일도 이제는 보편화되는 분위기다.
의원실에서 근무 중인 한 보좌관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예전에 18대, 19대 국회 때만 하더라도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 담당자를 별도로 채용하지는 않았다"며 "그런데 20대 국회부터 SNS 담당자들을 많이 채용하는 추세다. 점점 SNS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각 후보들 모두 유튜브 TV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후보들의 생생한 현장 연설과 정책 공약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유튜브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의원실에서 유튜브 콘텐츠 제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종민 의원실의 비서관은 "보통 선거운동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곳들이 많은데, 각종 사안에 대해 구독자들이 궁금해하실만한 내용을 평소에, 꾸준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양기대 민주당 의원의 경우 국내 최대 PR 컨설팅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보좌관으로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양 의원은 "담당 보좌관이 언론사와 홍보전문회사를 거치면서 두루 경력을 갖추고 있다"며 "국민들과 소통을 좀 더 원활하게 하고 접점을 늘리기 위해 채용했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SNS 활용을 통해 댓글을 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의정활동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30세대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홍보 전문가 영입에 나서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측 관계자는 "최근에 홍보 담당자를 채용했는데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데 굉장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청년들과 소통을 통해 제안된 법안이나 정책 관련 내용들을 국회 의정활동에 반영해서 실제 법안이 3건 발의됐다. 청년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데 있어서 SNS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권자와 지지층들이 댓글을 달고 환호하는 모습, 빠르게 접근해 취재경쟁에 나서는 언론을 보면서 더욱 많은 의원들이 유튜브 등을 포함한 SNS 활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의원들이 SNS를 통해 여러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다 보니 SNS가 여론전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야 양극단으로 분열돼 있는 국회 상황이 SNS에서 고스란히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들 모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후보들의 유튜브 채널 배경화면이다. 왼쪽부터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기호순). 사진/유튜브 배경화면 캡처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