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7일 뚜껑이 열린 추이매 법무부 장관의 2차 검찰고위간부(대검검사급 이상)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작업 마무리에 방점이 찍혔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견제와 힘빼기가 맞물렸다는 평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무부·서울중앙지검 인사들 대검으로
이번에 단행된 인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윤 총장의 참모들인 대검찰청 부장검사들이 사실상 전원 교체됐다는 점이다. 대신 법무부 핵심 인사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발을 맞춰 온 차장검사들, 일선 지검 차장검사들로 채워졌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고, 대검 차장에 조남관 검사장, 법무부 검찰국장에 심재철 검사장을 각각 임명한 것만으로도 윤 총장이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맥을 모두 눌렀다는 분석이다.
모 전직 고위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으로서는 이제 아무 힘도 쓸 수 없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에서 근무했던 다른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복안대로 검찰개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정수 기획조정부장은 유임됐다. 법무부는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현안사건 처리 및 수사권 개혁에 따른 후속 작업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 견제' 맡은 조남관 검찰국장
건제순으로 검찰 2인자인 고검장인 구본선 대검 차장검사는 광주고검장으로 전보됐고,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대검 차장으로 승진·보임되면서 윤 총장에 대한 견제와 설득 역할을 맡게 됐다.
조 국장의 후임으로는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임명됐다. 심 검사장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을 거쳐 서울남부지검 1차장 검사로 근무하다가 추 장관이 후보시절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이후 추 장관 취임과 함께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전국 일선 검찰의 특수수사를 지휘·지원했다.
조남관 검찰국장이 지난 3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후생동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검 부장들, 일선 지검장으로
윤 총장 곁에서 대검 형사부장으로 근무했던 김관정 검사장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배용원 공공수사부장은 전주지검장으로 각각 보임됐다. 노정환 공판송무부장은 청주지검장으로, 이주형 과학수사부장은 의정부지검장으로 각각 전출됐다. 서울동부지검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이수권 인권부장도 울산지검장으로 임명되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신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승진·보임됐다. 신 차장은 최근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경영승계 의혹' 사건 수사 등을 지휘했다.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 역시 대검 공공형사부장으로 승진·보임됐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 산하는 총 9개 형사부가 배치돼 있으며, 최근까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언 유착 의혹' 수사 지휘를 맡았다.
신임 공판송무부장에는 고경순 서울서부지검 차장, 과학수사부장은 이철희 순천지청 지청장이 검사장 승진과 함께 각각 임명됐다.
'빅4' 급부상한 이종근 형사부장
대검 부장검사 인사 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이종근 서울남부지검 1차장 검사의 발탁이다. '형사·공판부 검사 우대 및 형사부 전문 검사 발탁'이라는 문재인 정부 검찰 인사의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중심에 서 있는 보직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과거 대검 형사부장은 한직으로 분류됐다"면서 "공안부(현 공공형사부)의 퇴진과 특수부의 후퇴로 형사부 위상이 매우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 형사부장을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함께 '검찰 빅4' 안에 넣기도 한다.
이 차장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발탁됐다가 인천지검 2차장을 거쳐 법무부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부단장을 맡았다. 유사수신·다단계 분야 '블랙벨트'(1급 공인인증검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
조상철 신임 고검장이 대전지검장 시절인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사 육탄전' 감찰, 서울고검 지휘부 주목
이번 인사에서 또 한가지 중요 포인트는 서울고검장과 차장검사의 임명이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가 지난달 27일 검찰총장에 집중된 수사지휘권을 고검장에게 분산하고, 고검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아 일선 지검을 관할한다는 개혁안을 권고했다. 서울고검장은 서울·인천·경기·강원 지역 일선 지검을 관할하기 때문에 권고안이 그대로 검찰청법에 반영된다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지휘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측이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에 대한 '독직폭행' 감찰 건을 서울고검에서 맡고 있다. 한 원로 검찰간부 출신 법조인은 "서울고검의 경우 고검장보다는 차장검사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김지용 신임 차장검사의 역할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성윤 면전 비판' 문찬석, 법무연수원으로
일선 지검장 가운데 윤 총장 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검사장들에 대한 견제 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수사지휘권이 없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났다. 문 검사장은 지난 2월10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라는 윤 총장 지시에 불복한 것을 두고 면전에서 공개 비판한 것이 외부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7일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보임된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지난해 7월31일 취임사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무부는 이날 인사 발표에서 "특히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 인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법률상 규정된 검찰총장의 의견청취 절차를 투명하고 내실 있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