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다소 주춤하던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움직임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제안으로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지사가 연 24%에 이르는 대부업체의 고금리를 10%까지 낮춰달라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건의하면서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관련 입법안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부업의 금리 인하와 관련된 법안이 총 3건 발의돼 있다. 3건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법안들이 대체로 10~20%까지 금리 인하율이 책정된 만큼 향후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얼마나 접점을 맞출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의 금리 상한은 하향 조정되고 이자총액은 원금을 초과할 수 없게 된다.
9월 정기국회에서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김철민 의원은 대부업의 금리 상한을 연 20%로 하향 조정하고, 이자총액은 원본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홍근 의원도 대부업에 대한 법정 최고이자율을 20%로 하향 조정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에는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한 이자계약 전부를 무효로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법정 최고이자율을 2배 초과한 경우 해당 대부계약 전부를 무효로 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등 강화된 벌칙조항을 적용받도록 했다.
다만 문진석 의원의 경우 대부업의 법정 최고이자율을 연 10%까지 낮추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며 다른 의원들과 차별화를 보였다. 개정안에는 계약상의 이자가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문 의원의 개정안은 이재명 지사의 대부업 금리 10% 인하 제안과 가장 일치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을 거치면서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단계적으로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 20% 이자제한법은 정의당도 공약으로 내건 사안이다.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에 적용되는 최고금리는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 2010년 44%, 2011년 39%, 2014년, 34.9%, 2017년 27.9%, 2018년 24%로 지속해서 인하됐다. 이후 최고금리를 더욱 낮추는 개정안이 나왔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다시 낮추는 문제는 불법 사금융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물론 있다.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대부업체 이용자들이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에서도 금융사들의 대출 거절로 인해 서민들이 제도권 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의석수상 여당이 압도적 우세를 보이면서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다만 연 10%까지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앞으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여야 간에 치열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특히 금융으로부터 약자들의 소외가 더 심해진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재명 지사의 제안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은 "금융이라는 것이 흐름이 있다. 무조건 더 이자를 낮추면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며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