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투기 근절과 부동산 시장 과열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토지거래허가제 도입을 놓고 숙고 중이다. 시장에 충격이 큰 제도인 만큼 도내 31개 시·군의 협조와 도민 동의를 얻는 절차가 필요해서다. 쏟아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피로감을 호소한 여론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5일 복수의 경기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토지거래허가제 도입 여부는 일러야 이번 주말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엔 이 지사가 이날까지 휴가를 보내고 6일부터 복귀한 후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의견 수렴과 세부 실행방안을 놓고 숙고가 거듭되고 있다. 실제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부동산 문제 해결에는 여야가 없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경기도는 합헌인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을 검토함에 있어 유용성과 부작용을 엄밀히 분석하고 도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며 "시행 여부는 물론 시행의 시간·공간적 범위와 거래 유형의 결정 등에 신중 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매매 계약을 하기 전 관할 시·군·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도록 하고, 허가 이후엔 2년 이상 실거주토록 한 제도다. 앞서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7월23일부터 1년간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그런데 이 지사는 수원과 성남, 포천과 가평 등 지역을 따지지 않고 경기도 모든 지자체에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제도에 대한 법률 검토는 마무리됐다. 이 지사의 참모들도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하자는 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 등의 의견을 포함해 대체로 '이 제도를 한번 해보자'는 윤곽은 나왔다"라며 "최근 정부가 서울 강남 등에 시행한 선례도 있고, 부작용이 없게끔 운용하는 데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행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토지거래허가제는 '너무 나갔다'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과열된 부동산 시장과 공포수요를 억제하자는 대의엔 공감한다"고 이야기했다.
관건은 31개 시·군의 협조와 도민 의견이다. 경기도가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할 순 있으나 허가를 내주는 건 일선 시·군이다. 더구나 경기도는 남북 간 지역격차가 커서 일괄적으로 도 전체의 부동산 거래를 규제할 때의 불만도 있다. 한 관계자는 "서울은 시청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단위지만 경기도는 지자체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면서 "31개 시·군과 협조해야 하고, 도청이 일방적으로 나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도청에서 우리 지역의 특정 지역을 토지거래허가제 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의견 조회가 있었다"면서 "우리는 개인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