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균주전쟁…ITC 예비결정문 두고 갈등 재점화

대웅제약 "편향적 판결에 따른 오판"…메디톡스 "증거 통한 명백한 도용 입증"

입력 : 2020-08-10 오후 3:20:31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메디톡스(086900)대웅제약(069620)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전쟁이 재점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예비 판결에서 메디톡스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양사가 최근 공개된 예비판결문 해석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날을 세우고 있다. 
 
10일 양사는 나란히 공식 입장문을 통해 ITC 예비 판결결정문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충돌했다. 지난 7일 대웅제약이 던진 이견을 메디톡스가 반박했고, 대웅제약이 곧바로 응수하며 갈등에 불이 붙었다. 
 
양사 갈등 재점화는 대웅제약이 지난 7일 ITC 예비 판결에 대한 이의신청서 제출 소식을 알리며 시작됐다. ITC는 지난달 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며, 10년간 수입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대웅제약은 공개된 ITC 예비결정문 분석 결과, 행정판사가 특정할 수 있는 균주 절취 행위를 입증하지 못했으며, 추론에 따른 영업비밀 유용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예비 판결을 '명백한 오판', '편향적 결정' 등으로 지칭한 대웅제약은 관련 오류를 반박한 이의신청서를 지난달 20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메디톡스는 10일 오전 공식 입장을 통해 'ITC 예비판결은 과학적 증거와 사실로 대웅제약의 메디톡스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혐의를 명백히 입증한 것"이라고 맞섰다. 총 274페이지에 달하는 예비판결문 안에 양사 및 ITC 소속 변호사의 주장과 행정판사 판단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는데다, 각 사가 제출한 방대한 분량의 자료와 관련자들의 증언, 균주 및 DNA 분석 결과 등이 상세히 제시됐다고 반박했다.
 
행정판사가 결정문에서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는 특징적인 DNA 지문인 6개의 독특한 SNP(단일염기다형성: 염기서열 중에서 하나의 염기의 차이를 보이는 유전적 변화 또는 변이)를 공유하고, 이러한 사실은 대웅제약이 사용하는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얻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충분한 근거라는 입장이다.
 
특히 대웅제약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조공정에 대한 증거를 보유하지 않았고, 개발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점 등도 도용 사실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다 수입계약이 종료된 2010년 무렵 보톡스를 대체할 제품 또는 이를 생산할 수 있는 보툴리눔 균주를 시급히 확보해야 하는 압박을 느끼는 등 도용 상황에 대한 행정판사의 언급도 뒷받침 근거로 제시했다.
 
대웅제약은 이날 오후 재차 입장문을 통해 메디톡스 주장을 재반박했다. 메디톡스 입장은 ITC 오판을 그대로 인용한 번역본에 불과하며, 양사 균주 및 공정의 실질적인 차이와 유전자 분석의 한계 등 과학적 사실은 외면한 억지 주장일 뿐이라는 내용이다. 특히 메디톡스 제조공정이 이미 1940년대부터 논문 등에서 공개돼 있는 것을 적용한 것에 불과하고, 대웅의 공정은 많은 부분에서 메디톡스 공정과 다르기에 일부 공정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도용의 증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양사의 신경전은 오는 11월 ITC 최종판결 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품목 국내 허가 취소의 반전동력이 필요한 메디톡스와 세계 최대 시장 미국 진출이 걸린 대웅제약의 상황에 패소시 각종 소송에 따른 피해보상 등에 양측 모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물러설 수 없는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 나보타 생산공장(왼쪽)과 메디톡스 3공장 전경. 사진/각 사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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