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쯔양의 은퇴 이유

입력 : 2020-08-11 오후 12:01:27
얼마 전 주식시장에 상장된 한 페이퍼컴퍼니가 비상장 기업과 합병한다는 공시가 있었다. SK바이오팜 상장이 대박을 친 이후라 사람들이 눈을 씻고 또다른 기회를 찾던 시기였다. 비상장 기업은 디지털 광고회사였다. 광고회사가 우량 스팩(SPAC)이 되는 건가 싶어 의아하기도 하고 과연 광고가 돈이 되는 시대가 왔음을 실감하기도 했다.
 
4차산업혁명 디지털 파도를 타고 새로운 광고의 물결이 일어난다. 5G를 넘어 6G까지 내다보는 통신업계는 광고를 퍼다 나르며 투자비 회수를 궁리하기 마련이다. 삶이 윤택해지고 아니고를 떠나 통신 기술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새로운 광고시장을 창출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일차적 목적이다.
 
스팩은 우량 비상장사를 합병해 우회상장시키는 방법이다. 얼마나 우량한지 잘 따져야 페이퍼컴퍼니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돈을 번다. 합병 대상을 고르는 스팩 운용사는 금융계에서 투자에 이골이 난 전문가다. 그들이 골랐다면 광고가 성장주로 부상한다는 걸 예측할 수 있다.
 
예전에 광고회사들은 대기업 계열사로 녹을 먹고 살던 유형이 많다. 그러다 일감몰아주기가 한창 문제된 이후에는 돈벌이가 시원찮았다. 그런 시장이 디지털시대를 만나 새로운 문이 열린 상황이다. 이번 스팩도 벤처회사였다.
 
광고산업이 4차산업 혁명을 만나 새로운 성장산업이 되고 일자리를 제공하고 부동산에 쏠렸던 유동성을 기업에 끌어당길 수 있다면 좋은 거다. 하지만 데이터가 난무하는 혼잡스런 상황을 이용해 광고로 돈 버는 데만 혈안이 되면 도덕적 타락으로 빠질 수 있다.
 
그게 바로 요즘 난리가 난 뒷광고논란이다. 기업은 광고를 하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 효과를 볼지 사전 답사를 한다. 당연히 법률적인 검토도 거친다. 그 속에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가장 돈이 되는 수단을 개발한다. 정보의 우위에 있는 기업들, 광고주는 제도에 미성숙한 유튜브를 택했다.
 
유튜버는 이런 광고 생리를 잘 아는 경우도 있겠고 모르는 경우도 있겠다. 협찬 사실을 숨긴 채 자연스럽게 상품가치를 홍보하는 게 당연히 효과는 크다. 그걸 일명 뒷광고라 부르게 됐다.
 
TV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간접광고를 규제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뒷광고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누구나 느낀다. 하지만 유튜버는 광고주가 자연스러운 것을 원하니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돈을 받는 대가를 치르자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개중 유튜버들은 실시간 방송에서 숙제라거나 간접적인 표현으로 이게 광고라는 사실을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나중에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서는 신경쓰지 못한 일도 생겼다. 유튜버 본인이 영상을 올리기도 하지만 편집자를 고용해 게재하기 때문에 소홀한 경우가 생긴다. 일부 사회 경험이 적은 개인 유튜버들은 그런 제도적인 부분에 취약하다.
 
지금까지 뒷광고는 법적으로도 제재할 수단이 마땅찮았다. 때문에 여론은 유튜버 개인의 양심을 지적한다. 하지만 모든 유튜버가 고의적인 뒷광고를 한 것이 아니기에 정의나 도덕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애먼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
 
유튜버가 비양심을 인지해도 광고시장 경쟁이 심해 광고주의 의견에 종속되기도 쉽다. 구글이 유튜브 콘텐츠 기준을 올려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광고 유치가 생계 수단이 된 유튜버들에게 광고주는 갑이 됐을 것이다.
 
의약품 광고의 경우 식약처가 엄격하게 관리한다. 그래서 광고주도 조심하고 있다. 유튜브에 뒷광고가 난무했던 것은 근본적으로 광고주가 TV광고에서 받던 규제를 유튜브에선 모른 체했기 때문이다. 기업윤리의 문제다.
 
양심적인 기업이라도 경쟁사가 뒷광고를 해서 상품 판매가 줄어들면 유혹에 휩쓸린다. 따라서 내달 1일부터는 뒷광고를 의뢰한 광고주에 대해 공정거래 표시광고법상 규제가 시행된다. 시장은 자정이 될 것이지만 마녀사냥식 악플은 고의가 없었던 누군가의 인생을 망쳤을 수도 있다. 마녀사냥에 도덕과 정의는 없다. 양심을 속이지 않았던 유튜버들이 자격미달 악플로 상처입지 않기를 바란다.
 
이재영 온라인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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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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