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올해 증시에서는 성장주 쏠림이 나타나며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산업군에 주로 속해 있는 가치주들과 배당주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전체 배당금도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이런 와중에도 호전된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을 늘리는 기업들이 있다. 배당투자에서 종목 선별이 매우 중요해졌다.
상승장에서 소외됐는데 배당마저 삭감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대표적인 고배당주들을 편입하고 있는 #ARIRANG고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 오전 11시40분 현재 전날보다 140원 오른 9170원에서 거래 중이다.
이 주가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기록했던 저가 6327원(종가 기준)에서는 45%나 오른 것이지만 아직도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지는 못한 상황이다. ARIRANG 고배당주 ETF의 2월말 주가는 9417원, 지난 연말 주가는 1만1498원이었다.
다른 배당 ETF 종목들의 주가도 등락률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흐름은 거의 비슷하다. 그만큼 시장에서 배당주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올해 기업들의 실적 감소로 인해 전체 배당금도 감소할 전망이어서 배당 투자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간배당에서부터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중간배당을 실시한 기업 중 올해 중간배당을 포기한 기업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현대차(005380)와
현대모비스(012330)는 지난해 각각 1000원의 중간배당과 3000원의 기말배당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중간배당을 포기했다. 상반기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배당에 대한 부담이 커진 탓이다. 하반기 이익은 상반기보다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결산 배당에서 중간배당 몫까지 감안해 4000원을 배당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년처럼 3000원만 배당한다면 연간 배당금은 감소하는 것이다.
두 회사는 약간의 희망이라도 있지만
S-Oil(010950)은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상반기에 100원을 배당해 중간배당을 했다는 체면치레는 했지만 올해는 그럴 처지가 아니었다.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대규모 적자를 기록, 2000년 이후 이어온 배당 연속성을 포기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같은 처지여서 중간배당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S-Oil과는 달리 2차전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 주가는 유가 폭락 이전보다 더 올랐다. 하반기 실적을 얼마나 복구할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결산배당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가 결정되겠지만, 그럼에도 배당 투자 후보군에서는 지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중간배당을 했음에도 올해는 아직 배당 의사를 밝히지 않은 기업 중엔 일찌감치 기대를 접은 곳도 있다.
GKL(114090)과
하나투어(039130)는 누가 봐도 올해는 배당을 하지 못할 거라 예상 가능한 곳이다.
천일고속(000650)은 분기 때마다 실적을 크게 뛰어넘는 고액 배당으로 유명한 종목이지만 이번에는 아직까지 잠잠하다. 대주주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배당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1분기 당시에는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 공시가 3월5일에 올라왔다. 현재 배당을 위한 재원도 거의 바닥난 상태여서 마침내 고배당이 끝난 것으로 추정된다.
리드코프, 중간배당 6배 증액
중간배당을 건너뛰어 올해 결산 배당까지 걱정하게 만드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반대로 실적 증가를 발판 삼아 중간배당을 증액하거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시작한 곳도 있다. 이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곳은
리드코프(012700)다.
리드코프는 올해 1분기 145억원, 2분기 1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상반기 순이익만 222억원에 달한다. 리드코프는 이를 바탕으로 주당 3000원의 중간배당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50원 중간배당에서 6배나 급증한 것이다. 6월말 주가가 6360원이므로 반기 배당금만으로 4.7%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
이렇게 배당을 크게 늘렸는데도 상반기 주당순이익(EPS) 845원 중에서 300원을 배당하는 것이므로 무리한 배당은 아니다. 앞으로도 이런 수준의 배당이 이어질 수 있을지가 중요해 보인다.
리드코프가 지난달 24일 이같은 중간배당 계획을 발표하자 주가도 반응했다. 28일 장중에는 9210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조정하면서 지금은 7000원 아래로 내려온 상태다.
만약 기말에도 300원을 배당한다면 연간 배당금은 600원이 돼 현재 주가 대비로 8~9%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하반기에 더욱 주목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다.
리드코프에 가렸을 뿐
에코마케팅(230360)과
그린케미칼(083420)도 배당을 크게 늘렸다. 온라인광고대행업을 하는 에코마케팅은 언택트(Untact) 분위기로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2분기 영업이익 204억원, 순이익 172억원을 올렸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이상 급증한 성적이었다. 결국 중간배당도 67%나 늘렸다. 지난해 3분기에도 배당을 했었던 이력이 있어 더욱 기대된다.
디티알오토모티브(007340)는 자동차 타이어 튜브 등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동아타이어라는 옛 이름으로 익숙하다. 1분기 매출은 감소했지만 비용을 줄이며 이익이 늘었다. 결산배당만 하다가 500원의 중간배당 계획을 발표했는데 주가는 별 반응이 없다. 가치투자 하우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VIP자산운용의 지분이 각각 18%, 8.65%에 달한다. 시장에서 소외된 저평가주의 전형이다.
동남합성(023450)은 분기배당주로 변신한 모습이다. 지난해 9월에 200원을 배당한 후 기말배당은 걸렀는데 올해는 3월에 갑자기 3200원을 배당했다. 뒤이어 2분기는 물론 이미 3분기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공시해 투자자들의 기대도 함께 커졌다.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주식 거래량이 매우 적은 초저유동성 종목이라는 점은 주의할 부분이다.
‘연속배당’ 신뢰성 높은 종목에 주목
3년 연속 중간배당을 시행한 기업들은 배당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한 기업들은 대부분 올해에도 중간배당 의사를 밝혔다.
까뮤이앤씨(013700)와 분기배당주
쌍용양회(003410)도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 공시를 냈다.
한온시스템(018880)의 경우 2분기에 적자전환해 투자자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지만 중간배당을 예고했다.
과거 중간배당을 했던 기업 중 아직까지 주주명부 폐쇄를 공시하지 않은 기업들은 대부분 중간배당을 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작지만 배당으로 강했던
유아이엘(049520)은 아직 배당 계획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중간배당 150원, 기말배당 25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가 적자였지만 3분기까지 쌓아둔 순이익 덕분에 고배당을 지켰다. 하지만 올해는 1분기부터 적자여서 중간배당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한국기업평가(034950) 역시 주주명부 폐쇄 공시가 없으나 투자자들은 지난 결산 당시 폭탄배당 때문인지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폭탄배당은 일회성으로 보인다.
시장 상승에 함께 편승하지 못하고 소외된 배당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배당금이라도 온전하게 챙겨야 한다. 배당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피해 선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연빈 아이투자 이사는 “중간배당을 줄이거나 건너뛴 종목의 경우 기말에 한꺼번에 몰아 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적 감소 때문에 감액한 거라면 쉽지 않다”며 “중간배당을 참고해 배당투자 종목을 선별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