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기자를 만나면 서로 나눈 대화를 기록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서초동에서는 웅성거림이 들린다. 더 가까이 들어보면 "가뜩이나 취재하기가 어려운데,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푸념이다. 지난해 12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담은 법무부령이 시행된 이후 이전보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취재가 더 힘들어진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해당 법무부령이 시행되는 과정에서는 웅성거리는 수준이 아닌 항의성 외침도 있었다. 인권 침해성 오보와 관련한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을 담은 규정은 한국기자협회가 반발할 정도의 논란 끝에 결국 삭제됐다.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피의사실공표죄의 존재감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 해당 법무부령의 시행 목적이지만, 당시 "피의사실이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알 권리의 영역이 있을 수 있다"는 검찰 출신 변호사의 말은 계속해서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동안 일부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검찰의 흘리기식 정보 제공, 언론의 받아쓰기식 보도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마땅하다. 실제로는 차를 마시지 않은 적이 있던 검찰과 언론의 소위 '티타임'으로 검찰이 사건을 주도하면서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했던 시도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건에 대한 알 권리와 언론의 역할이 부정돼서도 안 된다. 견제의 역할로 기능해야 하는 언론의 필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러한 역할을 위축시키거나 지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검찰과 언론이 유착했다는 의혹으로 제기된 사건이 이미 큰 관심거리가 됐고, 이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어디에서인가 발생할지 모르는 피의사실 유포를 차단하기 위해 대화 기록이란 새로운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 취지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고, 십분 공감한다.
다만 지난 법무부령의 시행 때처럼 논란이 뒤따르지는 말아야 한다.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호란 시행 취지와는 달리 여전히 검찰이 불리할 때만 선택적으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국가기관의 하나인 검찰이 언론을 차단하기 위한 구실로 규정이 작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 규정이 국민의 알 권리를 얼마만큼 보장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정해훈 법조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