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SK바이오팜(326030) 공모주 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으나 실제 대박은 #소마젠(REG.S)에서 터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문과 달리 하반기 상장 공모주들은 대부분 소박한 차익을 내는 데 머물러 투자자들의 대박 환상은 버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마젠, 저조한 경쟁률 덕에 SK바이오팜 제쳤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상장한
미투젠(950190)을 포함해 올해 공모를 거쳐 하반기 주식시장에 상장한 종목은 스팩(SPAC) 2종목과 리츠(REITs) 4종목을 포함해 24종목이었다. 이중 공모주 대박과는 거리가 먼 스팩과 리츠를 제외한 나머지 18개 종목들은 대부분 상장 후 공모가보다 주가가 올라 공모주 투자자들은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중에서 실제로 ‘대박’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한 종목은 일부에 불과했다.
하반기 공모주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은 SK바이오팜의 경우 기대에 걸맞는 성적을 냈다. 공모청약에 모인 31조원의 증거금이 대변하듯 뜨거운 관심을 받은 종목답게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를 정한 뒤 상한가로 마감하는 ‘따상’을 기록한 것은 물론 그 뒤로도 2일 연속 상한가로 마감하는 등 단연 최고 성적을 올렸다. 종가 기준으로는 최고 341.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가 상승률에서는 단연 SK바이오팜이 최고 종목이었지만 실제 투자를 가정할 경우 소마젠을 따를 수는 없다. 청약경쟁률로 인한 배정주식 수량 차이 때문이었다.
SK바이오팜의 공모가는 주당 4만9000원이다. 청약한도는 NH투자증권의 7만2076주가 가장 많다. 실제로 이 한도를 받으려면 NH투자증권이 내건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그렇게 했다 쳐도, 이만큼을 다 청약하려면 청약증거금율 50%를 적용해도 17억6586만원이 필요했다.
엄청나게 큰 돈이지만 만약 이 돈을 마련해서 청약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청약경쟁률 323대 1의 결과로 223주를 배정받았을 것이다. 이 주식을 주가(종가)가 가장 높았던 상장 3일차에 21만6500원에 전량 매도했다면 주당 16만7500원의 차익이 발생해 총 3735만원의 수익이 났을 것이다.
이제 소마젠의 경우를 보자. 이 종목은 공모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4.42대 1이라는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원래 5월에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었다가 코로나19 폭풍을 피하기 위해 7월로 일정을 연기했지만 소용없었다. 유전체분석업체인 소마젠은 기관의 수요예측 당시 코로나19 진단 서비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못해 69대 1의 낮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 여파가 공모청약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상장 첫날 분위기가 반전됐다. 공모가보다 조금 높은 1만1650원에서 출발했으나 상한가(1만5100원)로 마감했다. 이튿날에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상장 3일째엔 2만원대로 올라섰다.
주가 상승률로 비교하면 SK바이오팜에 견줄 수 없는 성적이었지만 낮은 경쟁률로 주식을 많이 배정받아 대박이 난 것이다. 이 주식의 청약한도는 8만4000주였다. 한도까지 채워서 청약해도 증거금은 SK바이오팜보다 훨씬 적은 4억6200만원이면 됐다. 8만4000주를 청약했을 때 배정주식은 1만9004주, 이를 상장 이틀째 종가 1만9600원에서 매도했다면 무려 1억6343만원의 차익을 거뒀을 것이다. SK바이오팜의 4.3배가 넘는 수익이다.
이 금액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다른 공모주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차익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종잣돈의 1% 수익 나면 성공
눈높이를 낮춰보자. 사실 일반인이 수억, 심지어 10억원 넘는 돈을 갖고 공모주에 투자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공모 청약만 하는 투자자들은 실제로 그 정도 금액을 갖고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 가능한 수준인 1억원 종잣돈으로 공모에 참여한 경우를 예로 들어 하반기 상장종목들의 성적을 비교해 보겠다.
<표>에서처럼 SK바이오팜 공모에 1억원을 넣었다면 12주를 배정받았을 것이다. 이 종목은 상장 이틀째까지는 거래가 없다가 3일차에 급증했다. 이날 12주를 매도했다면 198만원의 차익을 얻었을 것이다. 다음날 팔았다면 201만원이겠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소마젠의 경우 2일차에 매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차익은 3521만원이었다. 1억원 공모투자로 무려 35%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이 두 종목이 워낙에 큰 수익을 내서 그렇지 다른 종목들의 성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 번의 공모 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대박’에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다.
대개 청약증거금으로 넣은 자금의 1% 정도 수익을 내면 성공한 투자로 평가된다. 35%를 기록한 소마젠은 정말 드문 경우이고, SK바이오팜의 2% 차익만 해도 대단한 성과다.
더구나 투자자들이 마치 따놓은 당상처럼 말하는 ‘따상’을 기록한 경우는 18개 상장종목 중 SK바이오팜과
에이프로(262260) 단 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에이프로의 첫날 차익은 불과 17만2000원에 그쳤다. 이게 정상이다. 대부분의 종목이 상장 첫날 종가 기준으로 10만원 미만의 차익을 기록했다.
하루 더 묵힌다고 성적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기세가 좋은 종목은 2일차에도 강세를 이어가지만 적어도 하반기 상장 새내기들은 그러지 못했다. 첫날보다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 많았다. 한창 기세 좋게 오르다가 장중에 차익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지며 반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상장 첫날에 팔라는 이유는
따지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모가는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해당 기업의 사업과 재무구조, 실적과 전망, 기대감 등을 다 반영해서 적어낸 가격을 토대로 정하는 것이다. 물론 공모 흥행을 위해 약간의 할인율이 반영되지만 이미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반영된 가격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정한 가격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치고 나서 급등하는 것이다.
수요예측 후 공모, 상장까지 걸리는 짧은 기간 안에 해당 기업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 오직 주식을 사고 파는 매매주체가 늘어났을 뿐이다. 결국 수급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것이니 상장 초반 기대감으로 몰린 수급이 빠져나가며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정상이다. 대부분 급등했던 주가가 내려오는 것으로 정리되곤 한다. 상장 2일차에 하락하는 종목이 많고 요즘은 상장 첫날에도 장 초반의 강세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실을 공모 투자자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장 첫날 주가가 뛰면 욕심 내지 않고 주식을 팔아 차익을 확정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따상’이 드물다. SK바이오팜이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고 해서 다른 공모주들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첫날 상한가로 달려간 종목이 있다면 상한가에 매수 잔량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장중 내내 살펴야 한다. 아무리 많은 매수 잔량이 쌓여 있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전량 소화되면서 상한가가 무너지는 일도 흔하다.
상장 직후 주가가 강세를 보일 수 있을지 엿보기 위해 투자자들이 확인하는 것이 수요예측 분위기와 상장 후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유통가능 주식수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은지, 또 그들이 정한 공모가가 상장 후보기업이 제시한 희망공모가 범위에서 어디쯤인지를 보면 기관들 사이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기관들은 수요예측에서 주식을 더 많이 배정받고 싶을 때 일정기간 주식을 팔 수 없게 묶는 보호예수 조건을 받아들인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보호예수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기간이 지날 때까지 주가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미이므로 참고할 만하다. 또 보호예수 물량이 많을수록 상장 직후 시장에 풀릴 매물이 줄어든다는 뜻이므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반면 이런 종목일수록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서 청약경쟁률도 함께 높아진다. 유통가능 주식이 적다고 ‘따상’을 기록한다는 법도 없다.
대박 노리기보다 쪽박 피해야
하반기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IPO(기업공개) 대어 카카오게임즈가 공모를 앞두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올해 안에 상장을 목표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이후로 다시 공모 투자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공모주 투자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청약증거금 대비로 환산하면 0.1% 차익이 안 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이런 청약을 반복하면서 티끌 같은 수익을 계속 모으는 투자다. 그러다가 소마젠이나 SK바이오팜 같은 공모주를 만나 수익을 조금 더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337930) 같은 종목을 만나면 그동안 차곡차곡 쌓은 수익을 날릴 수도 있다. 공모주 투자에서는 소마젠 같은 대박주를 꿈꾸는 것보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같은 종목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