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낮은 수수료로 주목받았던 공공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명수' 사용자가 넉 달 사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상공인에게만 착한 앱이지 소비자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서비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쿠팡이츠는 빠른 배달과 프로모션 등 소비자 혜택을 앞세워 같은 기간 사용자를 약 3배 끌어올렸다.
18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가 만든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 사용자(안드로이드 기준)는 지난 15일 기준 3395명으로 배달앱 업종 점유율 0.09%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최고 사용자를 기록한 지난 4월 7일 1만3977명(점유율 0.58%)의 약 25% 수준이다. 지난 3월 13일 출범한 배달의명수는 출시 2주 후 최고치를 기록한 후 서서히 우하향 그래프를 그렸다. 지난 4월 배달의민족 수수료 정책 변화 사태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수료·광고비 등이 없다며 배달의명수를 극찬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쿠팡이츠는 코로나19 확산 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배달통을 밀어내고 업계 점유율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일 기준 2만9201명(점유율 1.29%)이었던 쿠팡이츠 사용자는 지난 15일 11만5479명까지 증가했다. 네 달동안 사용자가 4배 늘어난 것이다. 시장점유율도 3.22%로 3배 가까이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배달의명수와 쿠팡이츠의 사용자 수 변화가 시장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절감 등 공공성을 강조해도 소비자는 결국 자신들에게 혜택이 돌아오는 곳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쿠팡이츠는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일반적으로 라이더 한 명이 여러 곳의 음식을 받은 뒤 소비자에게 배달했다. 그러나 쿠팡이츠는 라이더에게 한 번에 한 곳의 주문만 받게 하면서 배달 시간을 단축했다. 건당 최대 2만원의 높은 배달료를 지급하면서 라이더 유인정책에도 성공했다.
쿠팡이츠는 수수료 프로모션으로 가맹점도 늘리고 있다. 가맹점주 계약서에는 첫 가입 3개월만 건당 수수료 1000원을 받고 이후 15%의 수수료를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가입 3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건당 1000원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가맹점을 확대하기 위한 프로모션 기간 연장으로 풀이된다.
반면 배달의명수는 2%의 수수료 외에는 시장에서 별다른 차별점을 보이지 못했다. 점주는 기존 배달앱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내면서 이를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구글 플레이에 올라온 배달의명수 후기에서 "소비자도 수수료 조금 저렴하게 사 먹었으면 합니다. 값도 그대로 배달료도 그대로 소비자가 바보인가요?"라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다.
수수료 2% 대의 착한 배달앱을 표방하는 띵동도 지난 4월 급증한 사용자가 다시 줄어들고 있다. 그전까지 1000명대 초반 사용자를 유지하던 띵동은 지난 4월 24일 기준 사용자가 6382명으로 급격히 뛰었지만, 5월부터 이후 다시 기존 수준으로 돌아왔다. 지난 15일 기준 띵동의 사용자는 1214명이다.
띵동은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를 유인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로배달 유니온 사업 참가자인 띵동은 제로페이 결제와 서울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면서 최대 20%까지 배달비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공공배달앱을 준비하고 있는 경기도도 NHN페이코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페이코 간편결제 인프라를 보유한 NHN을 이용해 소상공인에겐 낮은 수수료를 받고 소비자에겐 높은 품질의 서비스 제공해 시장에 자리 잡을 계획이다.
업계는 이들이 사업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 담긴 시선을 보낸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을 투입해 공공서비스도 아닌 배달 서비스를 지속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수익이 나야 서버 관리도 하고 재투자도 하는 등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데, 낮은 수수료로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공유주방 위쿡과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