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급진적인 변화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기업 인사(HR)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기업 302곳에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HR 특징’을 설문한 뒤 19일 결과를 정리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HR, 포스트코로나 시대 ‘뉴노멀’이 되다
기업이 꼽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HR 특징 1위는 ‘재택 등 원격근무 확대’(52.6%, 복수응답)였다. 지난 3월 사람인이 기업 1089곳에 ‘재택근무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40.5%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거나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등 원격근무를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어린 자녀를 둔 직원이 최장 6년간 재택근무할 수 있는 ‘육아기 재택근무제’ 시행에 들어갔다. SKT와 롯데쇼핑은 주요 지역에 ‘거점 오피스’를 도입해 임직원을 일괄적으로 한 장소에 모으지 않고 집 근처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단 원격근무뿐 아니라, HR 전반적으로 비대면이 도입되는 점도 기업의 주목을 받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HR 특징 3위로 ‘채용, 교육 등 HR 전반에 걸쳐 비대면 보편화’(29.5%)가 꼽힌 것. 비대면이 가장 활발한 것은 채용 시장이다. 집단 감염을 우려한 기업들이 AI나 화상 면접을 실시하고, 채용 설명회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빠르게 비대면이 자리잡는 모양새다. 온라인 웹세미나(웨비나) 등 비대면 강연, 온라인 직무 강의 등 교육 분야 역시 비대면이 확산되는 추세다.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대세로 자리잡는 수시채용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HR을 대변하는 두 번째 키워드는 수시채용이다. 35.1%가 ‘공개채용 축소와 수시채용 확대’를 들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SK그룹도 점진적인 공개채용 축소를 예고했으며, 6월에는 LG그룹이 올해 하반기부터 공개채용을 전면 폐지하고 수시채용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수시채용의 증가는 사람인이 4월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기업 428곳 중 올 상반기 ‘수시채용만 진행한다’는 기업이 78.7%에 달한 것. 작년(69%)보다 9.7%P 증가한 수치다. 특히, 대기업 중 수시채용만 진행하는 비중이 60%로 지난해(16.7%)의 3배 이상이었다. 이렇듯 수시 채용이 늘어나는 원인은 현업에 빨리 투입하도록 직무 역량을 중점 평가하고, 급격한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채용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시 채용은 기업들의 채용 업무 부담도 증가시킨다. TO가 발생할 때마다 채용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년에 1~2번인 채용이 10번, 20번으로 늘어날 수 있다. 채용에는 어떤 인재를 어떻게 뽑을지에 대한 설계부터 전형별 평가, 합격자 발표까지 많은 시간과 리소스가 소모된다. 따라서 기업은 소요 제기부터 평가, 발표까지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되도록 시스템 구축 등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좋다. 또, 어렵게 뽑은 인재가 이탈하지 않고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면접관의 전문성 트레이닝이나 구조화 면접, 소프트 스킬 검증 등의 방법으로 적합한 인재를 뽑아야 한다.
AI시대, 인간만이 가지는 전문성 집중…초단기 일자리와 플랫폼 노동도 ‘화두’
AI(인공지능)의 인간 일자리 대체 여부에 대한 논의가 끊임 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포스트코로나 시대 HR의 특징으로 ‘직무역량 평가 강화 및 전문성 중시’(22.2%)와 ‘AI 및 자동화 증가와 인간 일자리 감소’(15.2%)가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다. 종합하면,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인간만의 직무역량 및 전문성이 중요시되고, 이를 HR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AI가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미지수이나, 미래의 노동자들은 인간이 아닌 AI와도 경쟁을 해야한다는 사실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이외에 ‘비정규직·초단기 일자리 증가’(13.2%), ‘연공서열 붕괴와 성과주의 강화’(10.3%), ‘플랫폼 노동 확대’(8.3%) 등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HR의 화두로 꼽혔다.
지난 6월23일 서울 금천구 인프라웨어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하는 직원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