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만 올인하는 배터리회사들

사업·계열사 과감히 철수…배터리 투자는 늘려

입력 : 2020-08-20 오전 5:51: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올인 작전'에 나섰다. 배터리와 관련 없는 사업은 과감히 버리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배터리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투자하며 1위 업체로 거듭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1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사들은 최근 잇달아 사업부와 계열사 정리에 나섰다. 특히 LG화학(051910)SK(034730)의 매각 작업이 활발하다. 이들 기업은 전기차 시장이 앞으로 커질 것을 대비해 배터리 공장 증설과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096770), 삼성SDI(006400)로 이중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사업이 주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키우며 전반적인 포트폴리오를 전환 중이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 공장 건립 공사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전기차 점찍은 화학사들…나머지는 과감히 철수
 
최근 들어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배터리 3사 중에서도 후발주자인 SK다. SK 계열사 SKC는 자회사 SK바이오랜드 보유 지분 전량을 현대HCN에 매각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SK바이오랜드는 천연 화장품원료 업체로 SKC는 성장 동력으로 삼는 모빌리티와 반도체와의 연결성이 낮다고 판단해 매각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필름 소재 사업을 했던 SKC는 최근 모빌리티와 반도체 소재를 만드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사업 재편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전기차 핵심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넥실리스를 인수해 SK넥실리스를 출범하기도 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지분을 일부 매각할 예정이다. SK루브리컨츠는 세계 자동차용 윤활기유 시장 1위 업체로 지난해 매출 3조3725억원, 영업이익 2939억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SK루브리컨츠를 매각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를 기록한 LG화학도 사업 재편 작업이 한창이다. 기존 주력이었던 석유·화학 사업 비중은 줄이고 현재 대세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함께 배터리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에는 중국 화학업체인 산산(Shanshan)에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을 1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앞서 2월에도 중국 업체에 LCD 감광재 사업을 넘겼다. 아울러 LCD 유리기판 사업도 곧 철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LCD 사업부에는 자동차용 LCD 편광판 사업만이 남게 됐는데, 업계에서는 배터리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이는 매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사진/LG화학
 
투자는↑…상반기 1조원 쏟아부어
 
각종 사업을 철수해 확보한 자금은 R&D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사 IR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 3사의 올 상반기 R&D 비용은 1조87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곳은 LG화학으로 5509억원을 기록했고 삼성SDI는 4091억원, SK이노베이션은 1278억원을 쏟아부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절대 금액은 가장 적었지만 증가폭은 가장 컸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976억원을 투자했는데 올해에는 이보다 30.9% 늘었다.
 
배터리 3사가 이처럼 R&D 비중을 늘리는 건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고객사에 제때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공장을 증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유럽 등 선진국에서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며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비중을 현재의 절반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시장 규모도 지난해 388억달러에서 2022년 939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와 배터리의 수명, 폭발 위험 등을 개선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3사도 꾸준히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부 정리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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