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서울 암사동에서 3년간 미용실을 운영해 온 김경갑씨(38)는 최근 강원도 영월군으로 이사를 결심했다. 올해 들어 발생한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며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생도 줄이고 아내와 둘이서 미용실을 운영해보려 했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손님 발길도 뚝 끊겨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골목상권의 경우 그 피해가 막심하다. 이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매출 타격을 입은 곳이 많은 가운데 사태가 악화될시 3단계 조치 시행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막막하기만 하다.
24일 방문한 장안동 맛의거리가 초저녁 시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정등용 기자
24일 방문한 장안동 맛의거리는 평소 같았으면 손님으로 북적였을 초저녁 시간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횟집 종업원 A씨는 “오늘 예약된 테이블은 없다”면서 “보통 주말에 손님이 더 많은데 어제와 엊그제도 몇 테이블 받지도 못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이 횟집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주변 식당들을 둘러본 결과 빈 테이블이 많은 곳이 부지기수였다. 치킨집 사장 B씨는 “저희는 배달 주문도 있다 보니 사정이 조금은 나은 편”이라며 “가게로 오는 분은 확실히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밖에 테이블도 많이 치웠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종로구 골목상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매출 감소 압박을 견디지 못해 폐업 수순에 들어간 곳도 몇 군데 볼 수 있었다. 인근 건물 관리인 C씨는 “이 곳 상권도 최근엔 좀 살아나나 싶더니 코로나 때문에 다시 죽어버렸다”면서 “이 건물 1층도 술집이었는데 2년만에 문을 닫았다”고 안타까워 했다.
PC방과 노래방, 유흥주점 등 코로나19 고위험 시설로 지정돼 영업이 정지된 자영업자의 경우 피해가 더욱 크다. 한 노래방 업주는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에 “영업 5년만에 코로나19로 문을 닫는다”면서 “방역에 무엇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지만 상황이 이렇게 돼 속상하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PC방 업계 소상공인 단체인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 최윤식 이사장은 “지금 영업정지가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서 현장 PC방 점주들은 애가 타는 상황”이라면서 “PC방 업종 특성상 고정지출이 많다 보니 영업정지가 길어지면 폐업이 속출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골목상권 경기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매달 실시하는 경기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매출 체감경기지수(BSI)는 1월 66.7에서 3월 29.3까지 하락했다. 이후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등 효과로 5월 88.5로 반등했지만 7월엔 68.1로 다시 떨어졌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같은 경기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런 정책들이 소상공인들에게 제대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24일 종로구 한 식당이 폐업에 들어간 모습이다. 사진/정등용 기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