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관련, 신라젠 전 대주주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를 취재 목적으로 협박한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첫 재판에서 "공익 목적의 취재였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26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기자와 후배 백모 채널A 기자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구속 수감 중인 이 전 기자는 이날 네이비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무직"이라고 답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26일 첫 공판기일에서 강요미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사진은 이 전 기자가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7월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 전 기자 측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면서 "공익 목적으로 취재했던 것이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유 이사장이 강연했던 부분이 있어서 강연료 관련 언론 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면서 "특정 정치인을 겨냥하기보다는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따라가며 취재했던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신라젠 수사팀이 결성됐기 때문에 공소사실에 언급된 내용의 대부분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내용이었다"면서 "수사팀이 결성돼 수사가 예상되는데 채널A 측에 제보해주면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을 뿐이고, 제보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어떻다는 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 전 대표가 수감돼 있었기 때문에 대리인 지모씨를 통해 협박이 그대로 전달된 것처럼 돼 있지만, 그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와전되고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최근 대법원 판례에 비춰도 이익 제공을 기대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백 기자 측 변호인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며 "백 기자는 이 전 기자와 공모해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로 하여금 여권 인사의 진술을 말하게 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백 기자의 경우 당시 법조팀 막내 지위라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이 전 기자를 돕는다든가 미팅에 동행한 것이 전부"라며 "백 기자는 이 전 기자의 편지 작성에 일절 개입 안 했고 본적도 없어 실행 행위를 분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 전 기자 등은 지난 2월~3월 수감 중인 이철 전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검찰은 약 30분간 낭독한 공소장에서 "(이 전 기자가)유 이사장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지 않으면 이 전 대표는 물론 가족까지 피해가 갈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검찰 고위층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 전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한모씨라고 있어요'라고 한동훈 검사장과의 대화 녹음 파일을 들려줬다"고 했다. 검찰은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에게 "내가 다리 놔줄게, 나보다 범정이 하는 게 낫겠다", "나를 팔아" 등의 말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검찰은 다만 공소장에서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는 적시하지 못했다.
이 전 기자 등의 2차 공판은 다음 달 16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 전 기자 측이 이 전 대표와 대리인 지씨에 대한 증거에 부동의한다고 밝혀 추후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