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전·현직 경영인들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에 대해 검찰고발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업과 관련해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는 과정에 박삼구 전 회장 등 경영진들이 교사, 관여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320억원을 부과한다고 27일 밝혔다. 또
금호산업(002990), 아시아나항공과 그룹 오너인 박삼구 전 회장,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인 박홍석·윤병철 씨에 대해서는 검찰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대우건설(047040) 인수로 인한 유동성 위기, 2010년 금호산업·
금호타이어(073240) 워크아웃,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자율협약 개시 등 경영위기를 맞았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계열사 인수를 통한 경영정상화 과정에 총수 중심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금호고속을 조직적으로 지원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부당지원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320억원을 부과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모습. 사진/뉴시스
금호고속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016년 8월 41.1%~2019년 50.9%(총수 박삼구 27.8%, 총수2세 박세창 18.8%, 기타 친족 4.3%)에 달한다. 당시 금호산업,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 핵심 계열사가 채권단 관리를 받아 총수일가의 그룹 장악력이 약화되자, 박삼구 회장이 2015년 10월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설립해 계열사 인수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 바 있다.
금호고속이 계열사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 규모는 총 1조원 이상이었다. 이를 위해 금호고속은 NH투자증권으로부터 5300억원을 대출 받았다.
그러나 금호고속의 열악한 재무 상태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렵자, 그룹 컨트롤타워인 금호산업 지주사업부 소속 전략경영실은 해외 기내식 업체, 계열사(계열사 협력업체 포함)를 활용한 자금 조달에 나선 것.
전략경영실은 그룹의 주력인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을 매개로 한 자금 조달 계획 및 계열사·영세 협력업체들을 이용한 자금 지원 방안을 설계, 실행토록 교사했다.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거래와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가 결합된 ‘일괄 거래’를 진행했다. 2015년부터 전략경영실은 해외 투자 자문업체를 통해 금호고속 투자를 조건으로 일괄 거래 구조를 기획, 다수 해외 기내식 공급업체에 제안했다.
일괄 거래 기획은 박삼구 회장과 친분관계인 싱가포르 홍릉그룹 소속의 투자 자문업 스프링파트너스가 맡았다. 거래는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내식 공급업체 보유 그룹인 스위스 게이트 그룹과 함께 주도했다.
그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30년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매개로 2016년 12월 금호고속은 상당히 유리한 조건(0% 금리, 만기 최장 20년)의 BW(1600억원 상당) 발행과 게이트그룹 자금 조달을 받게 됐다.
하지만 기내식·BW 일괄 거래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의 은밀한 부속 계약(부속 계약, 부속 합의) 형태가 드러났다. 금호아시아나와 게이트 그룹이 기내식·BW 일괄 거래 조건을 협상하면서 배임 등 법률 리스크를 이유로 본 계약에서는 이를 제외했다.
다만 은밀한 부속 계약 형태로 BW 계약의 불성립·해지 때 기내식 계약도 해지된다는 결부조건을 명시했다.
일괄 거래의 본질은 아시아나항공이 독점 기내식 거래를 통해 금호고속이 BW를 발행할 수 있도록 사실상 보증·담보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공정위 측은 “금호고속 BW는 신주인수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이례적으로 무이자로 발행됐다”며 “기내식·BW 일괄 거래가 아니었다면 BW의 인수가능성은 희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고속 투자를 거절한 기존 거래상대방을 포함한 해외 기내식 업체들과 더 유리한 기내식 거래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하지만 일괄 거래 구조를 수락한 게이트 그룹과 거래했다”고 설명했다.
금호고속 BW 금리(0%)가 정상 금리(3.77, 3.8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금호고속은 금리 차이에 해당하는 총 162억원 상당의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얻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일괄거래 지연 당시 금호고속의 자금사정이 급박해지면서 금호아시아나 9개 계열사가 저리로 자금을 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를 통한 경제상 이익제공만 총 7억2000만원 상당으로 파악됐다.
더불어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이 금호산업, 금호터미널, 옛 금호고속 등의 핵심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됐다. 즉, 총수 2세로의 경영권 승계 토대도 마련된 셈이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인 금호고속이 금융기관 차입금을 차질없이 상환, 담보 실행 등으로 인한 경영권 상실 우려를 방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한편 금리 차익 취득(약 169억원), 부채비율 개선(2016년 520→2017년 251%), 유동성 확보(기말현금 및 현금성 자산 2016년 39억원→2017년 119억원) 등으로 경영여건이 개선된 금호고속은 터미널 사업자의 고속버스 사업의 수직형 기업결합 등 경쟁 사업자보다 유리한 지위를 확보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