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튜브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입력 : 2020-09-04 오전 6:00:00
좋아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먹는 새우장이 맛있어 보여 주문한 적이 있다. 음식은 큰 접시가 가득 찰 만큼 푸짐하게 담겼고 큼지막한 새우에는 윤기가 흘렀다. 유튜버는 사 먹길 잘했다며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일주일 후 마주한 새우장은  새우 크기와 양 모두 기대 이하였다. 누가 주문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이후 갑자기 붙은 '유료광고' 표시에 씁쓸함을 느낀 건 나만이 아니었을 터다. 
 
유튜브는 자유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영상의 시간, 형식, 주제, 편집 모든 것이 제작자에 달렸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주변에 존재할 것 같지만 독특한 콘텐츠들을 마음껏 접할 수 있었다. 제작자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부분만 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 댓글이나 실시간 채팅을 통해 제작자에게 원하는 콘텐츠 방향을 주문할 수도 있었다.
 
자유가 지나치면 방종이 된다. 유튜버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창작의 자유를 광고나 조작 등에 활용했다. 광고비를 받고 상품을 소개하면서 돈을 주고 구매한 것처럼 꾸미는가 하면 진영논리에 따라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것인 양 포장하기도 했다. 시청자 역시 표현의 자유를 통해 근거 없는 비난을 쏟아 내거나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렸다. 통제선 없는 자유가 서로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데까지 이른 셈이다.
 
하지만 제재할 방법이 없다. 방송법 규제를 받는 지상파나 종편, 언론법 제재를 받는 전통 매체와는 달리 곳곳에 규제 장치가 흩어져있다. 이른바 '뒷광고'에는 공정거래법, 가짜뉴스에는 정보통신망법, 코로나19관련 거짓정보에는 감염병예방법 등이 적용된다. 제재 대상도 광고 사업주, 유튜브 법인 등이라 유튜버들과 그들이 소속된 MCN(인플루언서를 관리하는 소속사)은 검은 옷을 입고 고개를 숙이는 게 전부다.
 
더욱이 유튜브는 해외사업자이기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요구와 자율심의 조치를 한다 해도 권고 수준에 해당할 뿐 강제성을 띄지 않는다. 유튜버들도 구글을 통해 수익을 배분받기 때문에 종합소득을 자진신고하지 않는 이상 과세당국이 실시간으로 소득을 파악하기 힘든 구조다. 
 
유튜브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그동안 신생 매체, 해외 사업자라는 이유로 질주해온 것이 사실이다. 제작자와 시청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불법 행위를 막을 수 있을지 유튜브 관련 법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다.
 
왕해나 법조팀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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