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강원 평창에서 한 마을 주민이 다리 붕괴 직전 차량을 통제해 극적으로 인명피해를 막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귀감이 되고 있다.
3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에 위치한 송정교가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인한 비바람을 못 이기고 유실됐다. 사진/강원소방본부·뉴시스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전국을 강타한 3일 오전 7시28분쯤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시가지와 송정리를 연결하는 송정교(길이150m·폭8m)가 급격히 불어난 강물과 거센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평창군이 공개한 CCTV에 따르면 다리가 무너지기 직전, 상판이 내려앉는 상황에서 이 마을 주민 박모씨는 진입하는 차량을 보고 다급하게 손짓하며 뒤로 물러나라고 소리를 쳤다.
절반가량을 건너던 차량은 박씨가 보낸 신호를 확인하고 비상등을 켠 채 천천히 후진했다. 박씨는 멈추지 않고 다른 차량에도 손을 흔들며 다리 진입을 저지했다.
이후 30초 정도가 지나자 다리 중간 부분이 끊어지며 물속으로 주저앉았다. 차량이 다리를 건넜다면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3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송정교 붕괴 직전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는 마을 주민. 사진/평창군
이 같은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큰일날 뻔했다. 소름 돋는 와중에 정말 대단하고 멋있다”, “이런 사람이 진짜 영웅이다”. “큰 상 드려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유에 나섰다.
박씨는 다리에 균열이 가고 평소와 다르게 휜 것을 보고 위험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이후 마을이장과 군청, 소방 등에 전화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직접 차량 통제까지 나선 것이다. 그는 다리가 유실된 이후에도 소방대원, 경찰 등과 함께 현장 통제에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평창군에 따르면 이번 태풍 마이삭으로 진부면과 대관령 지역에 225㎜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에 1989년 지어진 송정교가 유실되고 1981년에 놓인 동산교(길이66m·폭5m)가 무너지는 피해를 당했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