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피의자에 대한 경찰의 강압 수사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변호사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불법적인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변협은 9일 성명에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변호인에 대한 불법적인 탄압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경찰의 권한 강화가 혹시 또 다른 인권침해를 불러오는 게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은 강압 수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변호인의 공익제보를 문제 삼았다"며 "이는 현 정부의 공익제보 활성화 방침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이자, 우리 사회의 풀뿌리 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수사기관의 폭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 절차상의 문제점을 정당하게 지적한 변호인에게 보복성 수사를 하는 경찰이 국민들에게는 어떠한 권한을 남용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경찰 강압 수사 문제점을 지적한 변호인에 대한 보복성 기소 의견 송치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한다"며 "인권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피의자에 대한 강압 수사를 자행하고, 특히 이를 지적하는 변호인까지 억압하는 경찰이 인권 경찰에 해당하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아울러 "경찰은 국민에 대한 강압 수사와 변호사의 변론권 침해를 즉시 멈춰야 하며, 인권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최모 변호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최 변호사는 2018년 10월 경기 고양시에서 발생한 저유소 화재 사건과 관련해 스리랑카 국적의 노동자에 대한 경찰 조사 과정을 담은 영상을 KBS에 제보했고, KBS는 지난해 5월 이를 인용해 경찰의 강압 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영상에 나온 경찰 수사관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영상을 공개해 자신의 신상이 노출됐다면서 해당 보도를 한 기자를 곧바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5월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경찰 수사관은 최 변호사를 포함해 KBS 기자 등을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최 변호사만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2018년 10월9일 경기 고양시 고양경찰서에서 장종익 형사과장이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화재 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진행하는 중 경찰 관계자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풍등과 동일한 모형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