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저성'에 엇갈린 페이스북·방통위…재판부, 방통위 항소 기각

재판부 "페북 접속경로 변경, 게시물 작성 등 본질 서비스 불편 없어"
방통위 재량권 남용도 지적…페이스북 '환영'·방통위 '상고 검토'

입력 : 2020-09-11 오후 5:52:06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 처분에 반발하며 진행된 행정소송 2심에서 페이스북이 승소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이용자 제한의 현저성'에 대해 게시물 작성 등 본질적 서비스에 불편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는 11일 방통위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항소 기각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는 이용자 제한 행위에 해당하지만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 앞 페이스북 로고. 사진/AP·뉴시스
 
페이스북은 지난 2016~2017년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의 가입자 접속경로를 국내 KT망이 아닌 해외망으로 우회하게 임의 변경했다. 이로 인한 이용자 접속 지연과 같은 접속 불량 현상이 발생하자 방통위는 2018년 3월 페이스북에 3억96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행정처분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행위'가 아니라며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방통위의 항소로 진행된 이번 2심에서도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인터넷 접속속도 저하 △민원 증가 △트래픽 양 감소 등을 제시하며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동영상, 사진 등 일부 콘텐츠를 이용할 때만 불편을 느꼈다. 게시물 작성, 메시지 전송 등 본질적 서비스는 큰 불편함 없이 정상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용자 이익의 현저한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봤다. 또한 민원 증가에 대해선 상대·주관적인 요소로 객관적 증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트래픽 양 감소 또한 이용자 수 변화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화제성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아 네트워크 품질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연임 후 경기도 정부과천종합청사를 찾아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방통위
 
재판부는 방통위의 재량권 남용도 지적했다. 접속경로 변경행위 중 일부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42조1항이 시행된 2017년 1월31일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처분 근거 법령이 없는데 50을 위반한 것에 대해 100으로 처분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법원은 일탈·남용 여부만 판단할 수 있다. 과징금 규모는 행정권 재량에 속해 어느 정도 조치가 적정한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단과 함께 과징금을 전부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페이스북은 재판부의 결정에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페이스북 측은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페이스북은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는 입장문을 내놨다.
 
방통위는 상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측은 입장문을 통해 "법원 판결문을 분석해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현저성에 대해 당시 피해를 입은 이용자의 입장에서 재판부가 판단하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다만 "1심은 페이스북의 임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제한'은 아니라고 봤으나, 2심 재판부는 이용제한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방통위는 이용자 차별이나 이익 침해 행위를 규제할 수 있게 법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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