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개천절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호소에 나섰지만 주최 측은 여전히 집회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천절 집회로 또다시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광복절 집회 당시 코로나 확산 책임론에 휩싸이며 지지율 추락을 경험했던 국민의힘이 추가적인 대응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비대위원회의에서 개천절 집회를 주도하는 보수단체를 향해 "부디 집회를 미루고 이웃과 함께 해주시길 두 손 모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이 개천절 집회 대응에 나선 건 지난 광복절 집회 때 당 차원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던 탓에 손해를 봤다는 평가가 많아서다. 당시 국민의힘은 당 소속 인사들의 개별적인 참여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이번 국민의힘의 행보는 대응에 일단 나섰다는 점에서 지난번과는 다르지만 메시지 내용은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완곡하게 호소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집회에 참석할 경우 당 차원의 어떠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당내 인사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집회 강행에 대해 "보수를 참칭해 공동체를 위험하게 하는 시도"라고 언급하며 비판했지만 이 또한 집회 참석에 대한 책임을 묻는 메시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집회 참석자들을 징계 조치하겠다고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만일 집회에 참석하는 국민의힘 당직자나 당협위원장이 있다면, 출당 등 중징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그 정도의 각오와 조치 없이는 과거와의 단절도, 미래로의 전진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발언과 같이 국민의힘은 단순히 집회 자제 요청 수준에 그치는 메시지를 낼 것이 아니라 참석시 어떤 징계를 하겠다는 당 내부의 방침을 밝혀야 한다. 그 징계 조치가 출당이든, 당무감사 불이익이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집회가 강행돼 또다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은 없어야 되지 않겠는가.
이제 선택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몫이다. 당내 집회 참가자에 대한 징계 등을 언급해 확실하게 극우 세력과 절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은 집회가 진행되기까지 주최 측에 대한 국민의힘의 태도를 지켜보고 평가할 것이다.
박주용 정치팀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