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지난 3월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주간 신규확진자가 30만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기하급수적인 확산세를 막기 위해 '14일 격리기간 단축' 움직임을 재고하고 적극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CNN과 BBC에 따르면 한스 클루게 WHO 유럽지역 이사는 17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에서 코로나19 주간 사례가 30만명을 넘어서는 등 지난 3월 (1차 확산기)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유럽 53개국에서 지난 주에만 30만명 이상의 신규확진자가 나왔다. 또 지난 2주간 유럽 국가의 절반에서 신규 감염 사례가 10% 넘게 늘고 2배 이상 증가한 국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에서는 전날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593명 집계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영국은 지난 16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3991명으로 집계돼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스페인도 하루 평균 1만명에 달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럽 전역에서 나온 누적 확진자는 500만명, 이 중 22만8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유럽지역은 지난 3월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한달간 일일 확진자가 3만명을 웃돌자 이동제한 등과 같은 봉쇄 정책을 실시했다. 강력한 조치 덕분에 5월 초부터 1만명을 밑돌다 6월에 최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름휴가철이 되면서 직장과 쇼핑센터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무섭게 번지고 있다. 1차 봉쇄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매우 컸던 것을 고려하면 다시 강제적인 봉쇄조치에 들어가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WHO는 유럽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코로나19 격리기간 단축 움직임에 대해서는 경고했다. 걷잡을 수 없는 2차 확산세를 빠르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유럽 각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클루게 이사는 "14일간의 격리기간은 코로나19의 잠복기와 전염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 때만 격리 기간을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요하다면 이 문제를 과학적으로 논의할 회의를 소집하겠다는 설명이다.
프랑스는 지난 11일 코로나19 감염 의심자의 격리 기간을 7일로 단축했다. 국민들이 14일의 격리기간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격리 기간은 10일이다. 이외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등과 같은 다른 유럽 국가들이 기간 단축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에 마스크를 쓴 남성들이 앉아 있다. 스페인의 코로나19 사망자가 3만 명(3만4명)을 넘어섰고 누적 확진자 수는 60만3167명으로 집계돼 유럽에서 60만 명을 넘은 첫 사례 국가가 됐다. 사진/AP·뉴시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