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지원하는 금천구 경사로 개선 주민공모 사업이 시작부터 주민간 갈등에 발목을 잡혔다. 가파른 금동초 부지 내 경사로 하단부에 수직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엘리베이터로부터 주변 아파트까지 보행데크(공중 보행육교)를 잇는 계획이 '반쪽짜리'로 진행될 위기에 처했다.
20일 서울시와 금천구에 따르면, 최근 양자는 서울시청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구릉지 기본계획 확정예정안'을 수정했다. 사업에 관악산벽산타운 아파트 5단지 사유지가 포함된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사유지 부분을 제외한 채 기본계획을 확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주 서울시가 금천구에 기본계획을 통보하는 이후 기본설계가 시작된다.
문제는 사업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는 점이다. 금동초 경사로 하단부 엘리베이터로부터 벽산 5단지까지의 데크 구간이 말단 부분에 있는 노인정에서 끊기기 때문이다. 데크 높이가 당초보다 약 6m 낮아져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다니기 힘들어진다. 공모 제안자인 유하나 금동초 학부모회장은 "5단지와 노인정 사이에는 좋지도 않은 어설픈 계단만 있을 뿐"이라며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기존 금동초 내 경사로 이용도 난관이다. 너무 가팔라 학생·노인 등이 넘어지는 바람에 학교의 보험료 지출이 빈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오는 2021년 완공 이후엔 주민과 학생 통행로가 분리돼 성인 교통약자는 그나마 위험을 감수할 기회조차 없어진다. 엘리베이터·학교 경사로 모두 못 이용하는 주민은 금하로 쪽으로 몇 배의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18일 서울 금천구 금동초등학교 경사로 상단부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아울러 노인정에서 단지까지 경사로 등 부가 공사를 실시하면 비용 문제가 생긴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기본계획 공사비만 2억5000만원 가량 들어, 금천구는 부가 시설 부담 주체를 5단지로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의견 수렴 범위를 넓힐 필요성도 제기된다. 5단지가 아닌 금동초 주변 주민 상당수는 사업 자체를 '세금 낭비'라고 주장했다. 이번 민원인도 인근 주민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천구와 서울시는 5단지하고만 실시설계 단계에서 협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대책회의 보고서에는 '사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별도로 자치구에서 공사 실시함이 타당함'이라고 명시돼있다.
20일 서울시와 금천구에 따르면, 최근 양자는 서울시청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구릉지 기본계획 확정예정안'을 수정했다. 이미지상 노란선의 말단 부분을 끊는 내용이다. 사진/금천구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