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남북관계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 이후 멈춰있는 상황에서, '중재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3일(한국시간) 새벽 유엔(UN)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 위기상황 극복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관심을 당부할 계획"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과연 어느 수준의 '대북 메시지'가 발신되느냐다. 문 대통령의 임기(2022년 5월9일)를 감안하면 이번이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문 대통령은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인 19일 자신의 SNS에 "9·19 남북합의는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며 "남북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국문과 영문으로 올려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가 남북미 정상들의 '탑다운(Top-Down) 결단'에 따라 움직인 만큼,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 협력 △인도적 교류 강화 △종전선언 합의 △10월 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등 공동 대북 메시지를 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미 고위 관계자들의 연쇄접촉도 그를 위한 사전조율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다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상차원 교류보다는 인도적 지원과 민간협력에 방점을 찍어 이산가족상봉이나 민간지원 같은 제안이 예상된다"며 "정상차원 만남이나 교류보다는 민간교류 활성화 제안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을 건네받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호응여부는 미지수다. 노동신문은 20일 '존엄 높은 자주 강국을 건설한 우리 당의 불멸의 업적'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경제적 자립이 없이는 자주 정치도 실현할 수 없고 부국강병의 대업도 성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북한은 최근 코로나19와 잦은 수해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남측이나 국제사회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달 정치국 회의에서 북한의 피해 상황을 공개하면서도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받지 않겠다"며 자력갱생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3일(한국시간) 새벽 유엔(UN) 총회 기조연설에서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