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박주용 기자]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재임 당시 골프장 매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가보다 200억원 상당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박 의원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조사2부(부장 김지완)에 배당하고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전문건설공제조합 전직 기관장들은 지난 10일 박 의원이 회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09년 지인이 소유한 골프장을 시가보다 약 200억원 비싼 465억원에 매입하는 등 단체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면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박 의원이 손해를 끼친 금액이 총 800억원 상당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들이 낸 고발장에는 박 의원뿐만 아니라 협회의 다른 기관장에 대한 의혹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발장을 검토한 후 고발인을 불러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시민단체 참자유민주청년연대와 시민연대함께, 민생경제연구소는 지난 15일 박 의원을 부패방지법 위반과 공직자윤리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청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박 의원이 지난 2012년부터 6년 동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하면서 가족 명의로 건설회사를 운영해 피감기관이 발주한 430억원 상당의 사업을 수주하는 등 의원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활빈단도 이날 박 의원에 대해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박 의원이 국회 안전행정위원, 기획재정위원, 예산결산위원회, 특히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등으로 있는 동안 자신이 설립한 건설사들을 친형, 아들에게 맡겨 가족회사가 된 건설사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심지어 수천억원에 이르는 규모의 수주 공사와 회사가 보유한 신기술 이용료 명목으로 받은 사용료 수입 등을 올리도록 특권과 이권을 몰아준 의혹을 제기한 보도 내용에 따라 고발한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천억원대의 피감기관 공사 수주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여론몰이이자 정치공세"라면서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공개경쟁 전자입찰제도를 통해 정당하게 공사를 수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 당선 이후 가족 회사의 수주액이 늘었다는 의혹은 당선 전후 매출 자료를 토대로 "확연히 감소했다"며 "특혜를 받았다면 수주가 늘어야 맞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신기술공법 사용료에 대해서도 "공사도 하지 않고 '신기술 사용료'로 돈을 받은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서 400억원이 넘는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된 사건에 대해서는 "당시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당(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 회사를 위해 불법을 눈감아주거나 불법을 지시할 시장이 아니라는 사실은 국민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전문건설협회 운영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골프장 조성 사업과 관련해 협회에 수백억원대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고발된 데 대해서도 "결정을 하거나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운영위 회의록을 살펴보더라도 출자에 관한 부분은 이사장에게 위임했음을 알 수 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박 의원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관련해 긴급진상조사 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특위를 가동해 시간을 벌면서 여론 동향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특위 조사에서 관련 의혹을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 측에서는 박 의원 논란에 대해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당시 가족 명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박주용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