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유엔 연설…방탄소년단 "함께 살아내자"

2018년 이후 두 번째…코로나19 시기 청년들 위로
"불확실한 오늘…서로의 얼굴, 불빛 삼아 나아가자"

입력 : 2020-09-24 오전 10:10:2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밤이 깊을수록 별빛은 더 빛납니다. 별이 보이지 않는다면 달빛에 의지하고, 달빛마저 없다면 서로의 얼굴을 불빛 삼아 나아가봅시다. 언제나 깜깜한 밤이고 혼자인 것 같겠지만, 언제나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년 만에 유엔 연설로 돌아왔다. 코로나19로 혼란을 겪고 있을 동시대 청년 세대를 향해 "삶은 계속될 것, 함께 살아내자"고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시간 23일 화상으로 진행된 유엔 보건안보 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 특별 영상을 전했다. 이번 회의는 '제 75차 유엔 총회' 부대 행사로 마련됐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충격을 완화하고 미래 세대를 보호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댄 자리다.
 
이날 방탄소년단의 연설에 앞서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는 "올해 많은 청년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일상이 뒤바뀌고 익숙하고 친숙했던 모든 것들이 낯설고 새롭게 다가온다"며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어려운 시기를 더 좋은 세상을 꿈꾸고 준비하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7분 영상에서 멤버들은 코로나19의 절망과 외로움 속에서도 함께 음악을 만들며 일어선 경험담을 들려주며 "다시 꿈을 꾸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방탄소년단 RM.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유튜브
 
RM은 2년 전 유엔총회 연설을 떠올리며 "세계 시민으로서 우리 앞에 놓인 무한한 가능성을 상상했다. 하지만 상상에 코로나19는 없었다"고 했다.
 
월드투어가 취소되고, 모든 계획이 틀어지고, 혼자가 됐으며 밤하늘 별도 보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민 역시 "절망했다. 모든 게 무너진 것만 같았다"며 "할 수 있는 건 창밖을 내다보는 것 뿐이었고, 갈 수 있는 곳은 제 방안 뿐이었다"고 했다. "어제는 전 세계 팬들과 춤추고 노래했는데 오늘은 내 세계가 방 하나로 줄어든 것만 같았다"며 "그때 저의 동료들이 손을 잡아줬다. 함께 토닥이며 무엇을 같이할 수 있을까 나눴다"고 덧붙였다.
 
슈가는 "데뷔 후 처음으로 일상이 찾아왔다. 원했던 건 아니었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뷔는 "지금 상황이 많이 답답하고 우울했지만 메모를 하고 노래를 만들며 나에 대해 돌아보기도 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내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지, 멋진 사람은 이렇게 하겠지 하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제이홉은 "많은 감정을 끌어안고 일곱 멤버들은 함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음악이기에 모든 것에 솔직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기에 정해진 답도 없다"고 불확실한 미래를 관통 중인 청년들을 위로했다.
 
진도 '난 빛나지, 마치 다이아몬드처럼'(I'm diamond, you know I glow up)이라는 신곡 '다이너마이트' 가사를 언급하며 "미래에 대한 걱정, 끊임없는 노력,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아껴주고 격려해 주고 가장 즐겁게 해주는 일이다. 불확실한 세상일수록 나, 너, 우리의 소중함을 잃지 말자"고 강조했다.
 
정국은 "불확실한 오늘을 살고 있지만 사실 변한 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우리의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면 우린 그러길 원하고 계속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RM은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의 얼굴을 잊지 않고 마주해야 하는 때"라며 "필사적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미래를 상상하려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우리의 내일은 어둡고 괴롭고 힘들지 모른다. 걷다가 넘어지고 엎어질지도 모른다"며 "우리의 얼굴을 불빛 삼아 나아가자. 방탄소년단이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영상은 일곱 멤버 한 명 한 명이 "삶은 계속됩니다(Life goes on)"라고 말한 뒤 "함께 살아냅시다(Let's live on)"라고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 9월 한국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뉴욕 유엔총회 행사장에서 연설했다. 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 행사 일환. 당시 멤버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한 후 자신의 삶을 잃었던 지난 날을 고백하며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고 외쳤다. 
 
경험에서 우러난 자기애와 긍정의 메시지는 음악과 함께 이들을 청년들의 스피커로 떠오르게 했다. 그룹은 유니세프와 함께 아동·청소년 폭력근절을 위한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도 벌여왔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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